강남 집값은 잡히지만 중저가 주택 상승세는 지속돼
임대 매물 없애는 정부 대책으론 서민 주거안정 난망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와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평소 연락을 주고받는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향후 시장을 관통할 화두로 ‘갭 메우기’를 꼽았다. 지난해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지역은 주춤하고 그 외 지역은 가격 상승세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말부터 부동산 시장을 향해 고강도 발언을 쏟아내면서 강남권과 한강벨트는 집값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5월 9일 이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고 보유세 등 고가 주택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택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일부 단지는 호가가 수억원씩 하락했다고 한다.
반면 서울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은 매수자가 몰리는 등 분위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가장 거래가 많았던 아파트 10곳 중 노원구 단지는 5곳이고 관악구 2곳, 강북·성북·양천구 1곳씩이다. 양천구를 제외하면 이전에는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지역이다.
거래량과 함께 집값 상승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재건축을 앞둔 도봉구 창동이나 노원구 상계동·월계동 단지들은 용적률이 낮거나 역세권인 ‘재건축 대장’ 단지를 시작으로 점차 가격이 오르고 있다.
거래량과 집값 상승이 함께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수요자가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아무런 규제가 없을 때는 조용했던 시장이 오히려 규제가 심해진 지금 매수심리가 더 살아났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주택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정부가 발표한 여러 대책이 임대시장 불안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 예고 등 다주택자를 향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임대 물량 다수가 사라진 탓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40%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은 약 14% 줄었다. 시장에 매물이 없으니 가격이 오르고 임대가격 상승은 자연스럽게 주택 매매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더해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택을 매입하기 힘들어진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 하남, 과천, 용인 수지, 수원 영통 등 수도권 전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 규제로 서민 주거안정을 이끌겠다고 하지만 현재 시장은 그 뜻과 반대로 흐르고 있다.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 등 서민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 집값만 잡히고 그 외 지역 집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말대로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된다면야 누가 비판할 수 있겠느냐만은 서민들이 그나마 바라볼 수 있는 중저가 주택 가격이 오르는 현 시장 상황이 과연 무주택자들이 바라는 것일까. 강남 집값은 떨어지고 있지만 해당 주택은 자금이 부족한 서민에게 꿈같은 존재다. 현실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 가격이 안정돼야 진정으로 서민에게 이득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은 서민들의 주거안정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수록 시장은 더 왜곡된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주택 매수세가 강해지며 집값 상승세가 확산한다는 것은 이미 고강도 규제책을 펼쳤던 이전 정부들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이제라도 현실 직시해야 한다. 규제만이 정답이 아니다. 서민들이 기다리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는 정부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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