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 LFP·나트륨이온배터리 등 저가형 기술 개발
중국산 저가 공세에 고성능 중심 전략만으로는 수익성과 점유율 방어 어려움
중국산에 고율 관세 부과 등 미국의 대중 견제로 반사이익 기대
한국 배터리 업계가 프리미엄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저가형 제품군까지 확대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로 전략 수정을 강요받은 가운데, 미국의 대중 견제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성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리튬인산철(LFP), 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을 연구 개발하거나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LFP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진척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할 LFP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며 연말에는 미국 미시간주 공장에서 ESS용 LFP 생산라인 가동도 계획하고 있다.
삼성SDI와 SK온도 내년 양산을 목표로 LFP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앞서 삼성SDI는 “LFP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 중이며 수주가 확정 단계에 있다”고 밝혔고 SK온은 “제품 개발을 완료했으며 고객사 일정에 맞춰 양산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소재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세대 LFP 양극재 개발을 마치고 지난 2월 파일럿 샘플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해 익산 공장 일부를 개조해 연산 1000t 규모의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동박 중심에서 LFP 양극재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엘앤에프는 대구 구지3공장에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고객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2026년 본격 양산, 2027년 매출 비중 25% 목표를 세웠으며 미국 내 생산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최근 각형 LFP 배터리용 분리막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관련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 분야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앞서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이전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고용량 양극재를 활용해 에너지밀도를 끌어올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 역시 사내 연구소에서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아직 본격적인 연구개발 단계에는 진입하지 않았지만 시장성과 사업화를 두고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고성능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저가형 제품군까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은 고성능 제품에 의존해온 기존 전략만으로는 수익성과 점유율을 동시에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업체들은 고에너지밀도 삼원계 배터리를 앞세워 프리미엄 전기차 및 ESS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시장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가격과 안정성이 주요 경쟁력으로 부상했고 국내 배터리 3사는 이에 대한 적시 대응에 실패하며 중국 업체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내줬다.
특히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CATL과 BYD 등은 현재 전 세계 ESS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 외 전기차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고전하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적자를 기록했으며 삼성SDI와 SK온은 세액공제를 제외하지 않고도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ESS 배터리에 155.9%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내년에는 173.4%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ESS 등 주요 인프라 분야에서는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할 공급망이 필요해졌고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전문가들은 북미 시장에서는 고율 관세로 인한 단기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로, 이는 한국 배터리 업체 및 소재사들에게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한국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단기적으로 관세 영향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북미 지역에 집중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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