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판 짠다] 사막에서 수소·전기차 '헤딩'… 현대차의 사우디 공략법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5.15 15:29  수정 2025.05.15 15:56

현대차, 사우디 국부펀드와 중동 최초 생산기지 착공

사우디 미래 모빌리티 육성에 현대차 부응

리스크 있지만… 전기차 시장 연평균 23% 성장 예상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간 물류 요충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왼쪽부터) 박원균 HMMME 법인장 상무, 아흐메드 알리 알수베 HMMME 이사회 의장, 야지드 알후미에드 사우디 국부펀드 부총재,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문병준 주사우디 대한민국 대사 대리,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우디 자동차 산업) 태동기에서 우리의 역할이 분명할 것이라고 봅니다. 사우디에서의 공장 설립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동 최초의 현대차 생산공장 착공을 알린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말이다. 이날부터 착공에 들어간 사우디 공장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연간 5만대 가량 혼류생산할 수 있는 반조립제품(CKD) 공장으로, 내년 4분기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글로벌 각지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는 현대차가 돌연 사우디를 택한 건 중동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사우디 정부의 강력한 전동화 전환 의지가 맞물린 결과다.


사막 기후와 장거리 운전이 불가피한 환경 속에서 충전 인프라 등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전기차·수소차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높은 관심이 현대차를 사우디로 이끈 셈이다.


장 부회장은 "PIF(사우디 국부펀드)는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우리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디에서 자동차를 제조하고 밸류체인을 만듦으로서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비전2030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탈석유에 힘을 싣고 있는 중동 시장에서 UAE, 이스라엘, 카타르 등과 함께 전기차 핵심 성장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PwC 등 분석기관에 따르면 중동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25%~30% 수준으로, 2035년에는 중동 전체 신차의 약 30% 가량이 전기차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 동력을 다양화하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 사업에 따라 전기차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2030년 수도 리야드의 자동차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게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구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 자동차 시장 점유율 2, 3위에 올라있는 현대차·기아는 사우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앞당겨 줄 적임자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의 사우디 자동차 시장 합산 점유율은 23.1%로, 시장 점유율 1위인 토요타(28.2%)와 단 5%p 차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충분히 쌓인 상태에서, 토요타 대비 전기차 라인업이 풍부하다는 점은 사우디 정부로서도 투자할 가치가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의 지분율은 현대차가 30%, 사우디 국부펀드가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 투자 규모는 약 5억 달러다.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 공장 조감도. ⓒ현대자동차

현대차로서도 얻을 것이 더 많은 투자다. 사우디는 중동 신차시장의 약 33%를 차지하는 거점 시장으로, 최근 인구 증가와 여성 운전 합법화로 인해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또 40세 미만 비중이 전체 인구의 74%에 달하는데, 젊은 층의 유입으로 내연기관차 뿐 아니라 고급차, 전기차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수출 기지로서의 경쟁력도 높다. 현대차의 생산 공장이 위치한 사우디 서부 KAEC(킹 압둘라 경제도시)는 해상, 육상, 항공 물류 연계성이 뛰어나 중동 뿐 아니라 아프리카, 터키, 인도 등 인근 시장에 수출이 용이하다. UAE, 카타르 등 GCC(걸프협력회의) 회원국 간 관세 장벽이 낮다는 점도 수출 시 이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장 부회장은 "사우디 시장은 중요하다. GCC 국가 안에서 사우디, 아울러 나아가서 북아프리카나 전체적인 방향으로 봤을 때 사우디에서 공장 설립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부분에서 경쟁력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대차가 미래 먹거리로 추진 중인 수소 사업에 있어서도 협력의 여지가 크다. 사우디는 현재 수소산업을 차세대 에너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미래형 도시 '네옴시티'에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인 '네옴 헬리오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는 연간 400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해 글로벌 수소 수요의 약 10%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수소차 뿐 아니라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시스템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내재화 하는 '수소 밸류체인'을 미래 먹거리로 추진 중이다. 현재 수소 승용, 상용차에서 향후 수소 트램, 선박, AAM(미래항공교통)까지 수소 모빌리티 사업을 다각적으로 넓혀갈 구상인 만큼 사우디 네옴시티 내에서 담당할 수 있는 영역도 넓다.


장 부회장은 "정유추출물에서 나오는 수소나 에너지전지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관심이 높다. 2~ 3년전부터 여러가지 실증사업을 해왔다"며 "전체적으로 이런 부분을 모빌리티 분야로 확장할 때 생태계 구축을 어떻게 하느냐가 앞으로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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