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퇴임 후 사법리스크 전부
제거하는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법"
박찬대 "권한 모두 사용해 사법대개혁"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앞세워 사법부 압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간 당내 강경론에 "알아서 잘 할 것"이라며 거리를 두던 이재명 대선 후보도 "대법원은 깨끗해야 한다"며 가세했다. 민주당이 구여권으로부터 "이재명 한 사람만을 위한 면죄법"으로 비판 받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강행 처리한 시점부터다.
민주당 상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인 박찬대 원내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원회의에서 "대법원이 대통령의 형사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제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며 "지금은 주권자의 시간이고, 판단은 판사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한다. 국회가 가진 권한을 모두 사용해 사법대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대통령 당선 전부터 진행하던 재판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이에 법사위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법원에 질의해 지난 14일 제출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형사 피고인에 대해 헌법 84조를 적용해야 할 지 여부는 해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담당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했다. 현재 이재명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2심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1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법인카드 사적 유용 1심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대법원의 답변서 중 '담당 재판부 재량'이라는 부분을 사법부의 대선 개입 시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도 전날 경남 하동군 선거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의 최고 책임이 바로 대법원에 있다"고 했고, 지난 14일 유세 현장에서는 "내란수괴뿐 아니라 2·3차 내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을 다 찾아내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잇따라 사법부를 압박했다.
원내 제1당이 이처럼 사법부에 대한 공세수위를 끌어 올린 시점은 지난 14일 민주당이 구여권으로부터 "이재명 면죄법"으로 일컫는 다수 법안을 법사위에 강행 처리한 이후부터다. 앞서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허위사실공표죄의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지난 7일에는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의 형사재판 공판 절차를 임기 중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같은 개정안이 추후 민주당이 집권한 뒤 발효되면 현재 선거법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를 받은 이 후보는 향후 재판에서 '면소'(免訴·법 조항 폐지로 처벌 불가)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가 재판을 받게 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규정 자체가 법에서 삭제되기 때문이다. 선거법 사건 외 나머지 4개 재판도 형소법 개정안에 따라 정지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데, 이재명 한 사람은 예외라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했고, 주진우 의원은 "이재명 한 명을 위해 선거 제도를 다 망치겠다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재판도 상당수 미뤄진 상황에 사실상 모든 장애물이 제거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과도한 정치적 자유의 억압이라고 반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해서 처벌받고 그것 때문에 선거에 다시 나가지 못하도록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건 너무 가혹하고 정치적 자유를 억누르는 것"이라며 "이 후보의 사례에서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 우리 (사법) 시스템상의 문제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법사위에 상정된 △대법관 수를 최대 100명까지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은 이 후보가 대통령 당선되고, 퇴임한 이후 재개될 사법리스크까지 방어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아예 법을 바꿔 이 후보를 지키기 위한 '악법'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문수 대선 후보는 최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셀프 면죄 5대 악법"이라며 "세계 역사상 이런 독재자가 있었느냐. 법을 바꿔서 살겠다고 하는, 전 세계 오직 한 사람은 이재명"이라고 맹폭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같은 개정안들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 출신인 이석연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CBS라디오에서 '이재명 면죄법'이란 비판이 제기된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정무적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아는데 마치 사법부를 압박한다는 식으로 돼 있다"며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의 경우 그런 법이 없이도 충분히 헌법 제84조에 따라 중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권오을 민주당 국민대통합위원장은 대법관 정원을 14명에서 30명 혹은 100명까지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증원하는 것은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라디오에서 "사법부 흔들기가 오히려 표를 갉아먹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우상호 전 의원도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는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선 시기에는 우리의 적이 법원이 아니고 국민의힘 후보와 경쟁하는 것이니 그런 원내 이슈가 가능하면 더 두드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만 대선 시기에 계속해서 이 이슈를 끌고 갈 거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선대위 차원에서는 '신중하자'는 입장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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