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마지막 성적표···올해도 ‘재무 건전성’ 관건 [경평의 성장통③]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05.23 06:30  수정 2025.05.23 11:06

국정과제 경평 평가 지표로 드러나

앞선 정권과 대조적···국정 철학 ‘재무’ 집중

적자 지속 ‘한전’ 재무 개선으로 D→B등급 상승

“정권, 1년 단위 평가 현장 혼선 초래” 아쉬움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이 2023년도 공공기관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공공기관의 운명은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이하 경평)’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은 경평 결과에 따라 임금과 성과급이 삭감·폐지되기도 하고 나아가 기관장 인사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기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평 제도지만 도입 41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공공기관의 근본적인 기능·역할·가치 등을 판단하는 명확한 척도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는 평가 기준과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공기관 경평의 시간이 돌아왔다. 지난 결과를 톺아보고 공공기관의 운영 효율성·공공성을 도모할 수 있는 경평의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가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평가나 다름없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초기 집권 당시 ‘재무 건전성’을 공공기관 키워드로 강조했다.


앞선 정권과 상당히 대조적인 국정 철학은 공공기관 평가 결과를 뒤엎었다. 지난 평가에서 적자가 지속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대한석탄공사 등은 낮은 등급을 받았고 적자 폭을 줄인 한국전력공사 등은 등급이 상승했다.


일부 공공기관의 재무 성과를 끌어올리기는 했으나 일각에서는 공공 기여적 업무가 축소돼 공공기관 본연의 역할과 중장기 과제는 지속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평 평가 지표 국정과제 담아···尹 “방만 경영 개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취임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방만 경영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산매각, 사업조정, 경영효율화, 자본확충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 재정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국정 철학은 공공기관 경평에서 드러났다. 한 정권이 향후 5년간 풀어나갈 국정과제와 방향성은 경평의 평가 항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 윤 정부는 공공기관 방만 경영 개선과 걸맞은 평가지표를 내놓았다. 가장 크게 변화한 항목은 재무성과관리다. 이는 기존 재무관리 항목과 업무효율 항목을 통합한 것으로 2023년도 공공기관 경평에서는 20점, 2024년도 공공기관 경평에선 21점으로 올랐다.


이종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노동과 관련된 노사관계, 보수·복리후생, 산업안전 등은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윤 정부에서는 그 가중치가 많이 줄었다. 반면 재무적인 부분이 늘었다”며 “경평은 국정과제와 연결이 되고 공공기관은 그러한 맥락 속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다. 경평의 평가 항목은 해당 정부의 중요도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한전, 적자 폭 개선···평가 등급 2단계 올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전기 계량기 모습.ⓒ뉴시스

첫 경평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공공기관은 대거 낙제점을 받았다.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살펴보면 누적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는 처음으로 미흡(D)등급을 받았다. 영업이익, 부채비율 등 당시 33조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내며 좋지 않은 재무성과를 기록한 게 경평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다만,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하도급 직원 사망사고 관련 법원 판결이 무혐의로 나오면서 안전 항목 점수를 부여, C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한전은 재무지표를 바꿨다. 한전과 한전 발전자회사 7곳은 앞서 2022년도 공공기관 경평에서 당기순손실 발생을 이유로 미흡(D)등급을 받았으나 다음해 경평에서는 양호(B)등급으로 두 단계 상승했다. 누적 적자 폭을 개선한 게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전의 ‘2024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결산실적’에 따르면 2024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91조6600억원, 영업비용 88조4857억원으로 영업이익 3조17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 9조6788억원 증가한 금액으로 2021~2023년 이후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 증가분 9조7000억원 중 2023년도 전기요금 인상 효과 4조5000억원을 제외하면 이익개선 효과는 5조2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자료를 통해 “이익개선 효과 중 71%는 내부적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발전연료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1조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탄력적 운영을 통한 고원가 발전기 운영 축소 1조4000억원 등 전력시장 제도를 개선해 구입전력비 3조원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또 업무 효율화를 통한 7000억원 비용절감, 정부경영평가 성과급 123억원 및 임금 인상분 반납 23억원, 직원 희망퇴직 60억원 등을 실시했다. 기관장 경고를 받았던 한전은 2023년도 공공기관 경평에서는 양호(B)등급을 받으며 고전을 면했다.


너도나도 ‘재무’···공공기관 역할·기능 우려


공공기관 경평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자율·책임경영체계 확립을 위해 매년 경영 노력과 성과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 효율성과 공공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무성과관리에 대한 배점이 커지면서 일선 공공기관은 재무 상황 개선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미흡이하(D·E등급) 평가를 2년 연속 받을 경우 작게는 임원진 성과급부터 기관장의 위치도 위태로워지는 이유에서다.


경평이 정권에 따라 달라지고, 1년 단위의 보여주기식 평가에 급급해지면서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의 역할과 기능, 가치 등을 판단해야 할 경평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김태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평가는 기본적으로 피평가자가 결과를 피드백으로 삼고, 이를 개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경평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정권마다 달라지는 평가지표는 현장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맛 따라 ‘공공기관 개혁’···평가 지표 단순화·공공성 도모해야 [경평의 성장통④]에서 계속됩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