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내용은 외면”…그림책 높아진 위상? 아직 갈 길 먼 인식 [그림책 독자가 변했다②]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5.25 11:18  수정 2025.05.25 11:18

어른 독자들도 그림책 찾지만…

독립 장르로 인정 못 받는 그림책

그림책 작가들 처우 개선도 필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을 주제로 해 독립된 장르로서 그림책을 이야기하고, 우리 일상에 그림책이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출판·도서관·서점·작가·독서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연대 조직인 ‘책의 해 추진단’에서는 올해부터 ‘도서 분야별 책의 해’를 시작했다. 추진단은 그 첫 번째 분야로 그림책을 선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 속 한 장면ⓒ뉴시스

이는 그림책 업계의 ‘숙제’와도 닿아있다. 2020년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드 추모상을 수상하고, 2022년 이수지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안데르센상을 받으며 그림책의 위상은 올라갔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은 “그림책은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이에 ‘힐링’을 위해 그림책을 찾는 성인 독자들이 늘어났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가 있었다.


그림책 전문 출판사 고래뱃속 관계자는 “아직 많은 대중에게 여전히 그림책이 유아 및 아동 도서의 하위 분류로 인식돼 있다”며 “그림책이 이 공동체에 상상과 창의를 공급해 주는 시각 예술 장르로서 유용한 콘텐츠임이 인지되기 위해서 우선 시장에서 그림책 장르 독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그림책을 향한 인식이 변하기 위해선 ‘독립 장르’로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그림책은 아동 도서의 하위 장르로 분류돼 판매량조차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는다. 어린이 그림책, 영유아 학습 분야 도서 등을 포함한 아동 도서의 총판매량만 집계되기 때문.


그러나 그림책 출간 출판사와 그림책 전문 서점의 증가,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확인된 성인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 등 그림책을 향한 ‘관심’이 늘어난 것을 확인하면, 그림책이 독립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뒤쳐졌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그림책이 ‘힐링 도서’로만 한정되기도 한다. ‘어린이 도서지만, 어른도 읽을 수 있는 책’ 또는 ‘착하고, 무해한’ 내용으로 어른 독자들에게 ‘힐링’ 또는 ‘위로’를 선사하는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림책심리코칭지도사로, 다양한 그림책 관련 모임을 진행했던 심인숙 강사는 어른들도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아무래도 무거운 내용은 좋아하시지 않는 면이 있다. 그림책을 보며, 위안받고 치유되는 느낌을 원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런데 그림책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인형을 직접 제작한 후 찍어서 제작한 백희나 작가님처럼,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이기도 하지만 또 철학적인 내용이나 무거운 내용을 그림책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그림책의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도 그림책의 내용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림책의 높아진 위상만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작가 양성을 비롯해 그림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심 강사는 “많은 그림책 작가가 사명감으로만 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림책 작가들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 그의 말처럼 많은 그림책 작가가 창작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림책협회가 지난 2023년 그림책 작가 269명을 대상으로 창작 환경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작가들이 창작을 지속하는 데 있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라는 질문에 89.2%인 240명이 ‘창작 수입 부족’을 꼽았다.


수입 부족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선인세다. 그림책 한 권당 받는 선인세를 묻는 질문에 200~300만원대가 44.2%(118명)로 가장 많았다. 100만원 이하 받는 작가도 75명이나 됐다. 그렇다 보니 작가로서 얻는 연평균 소득은, 응답 대상자의 약 60%(151명)가 1000만원 이하고, 500만원 이하라고 답한 작가도 102명이 달했다. 이 때문에 창작 외 외주작업 또는 강연하는 작가들도 많지만, 사정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집중력 대장이 될 거야’, ‘동생 흉보기 대회’ 등을 출간한 그림책협회 회장 김중석 작가는 “그림책 서점은 물론, 그림책 출판사들의 숫자는 늘고, 책을 내는 것이 더 수월해지면서 작가들과 작가 지망생도 많아졌다. 다만 어려운 출판 시장의 상황과 맞물려 그림책 시장 자체는 어렵다. 소수의 작가가 베스트셀러를 내던 과거보다 집필 환경은 더 좋지 않아졌다”면서 “그림책이 독립 장르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그림책 창작자들은 정부 지원에서도 소외가 돼 있다. 지금 그림 책 작가들은 어려운 그림책 시장에서 자립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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