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1965년 아이오와주의 한 시골 마을, 낡고 소박한 나무 질감의 농가와 그 뒤로 펼쳐진 평화롭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시작된다.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병왔던 남편 버드와 결혼해 고향을 떠난 이탈리아 출신 프란체스카와 갑자기 마주한 사진작가 로버트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다.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동명 소설(1992)이 원작이다.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메릴 스트립과 함께 찍은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사실 큰 줄기의 내용만 보면 ‘치정극’에 가깝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권태로움을 느끼던 프란체스카는 가족들이 여행을 떠난 사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인 로버트를 만나 짧지만 강렬한 사랑에 빠진다. 낯선 이방인이었던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잊고 지냈던 자신의 꿈과 열정을 일깨워주고, 그녀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현실적인 제약 앞에서 갈등하고, 결국 프란체스카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로버트와의 이별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치정극에 머물지 않는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서사를 통해서다. 프란체스카는 전쟁으로 인해 꿈, 나아가서는 자아를 잃어버린 인물과도 같다. 자유를 찾아 버드를 따라 미국으로 왔지만 전통적인 당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만 허락된 것이다.
극은 프란체스카가 느끼는 사랑과 갈등, 그리고 현실적인 책임감 사이에서의 고뇌를 그리지만, 동시에 그가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는 것과도 같다. 로버트를 만나 진짜 ‘나’를 찾았다며 생기를 되찾는 프란체스카의 모습에 관객이 함께 눈물을 흘리는 이유다.
로버트와 함께 떠나지 않은 프란체스카의 선택도 의미를 지닌다. 다시 꿈을 꾸게 한 로버트와의 삶과 가족들의 곁에 남는 것, 둘 중 어느 것이든 그것을 스스로 선택하면서 삶은 그 자체로 가치있게 여겨진다. 현 사회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잃고 사회적 통념과 통제 속에 살아가곤 한다. 프란체스카가 스스로를 찾고 선택한 삶은, 그래서 관객들에게 더 큰 위로로 다가온다.
로버트 역시 프란체스카와는 또 다른 방식의 이방인이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는 카메라 속의 세계에 스며들지 않고, 철저히 관계 맺음에 거리를 두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프란체스카와의 만남은 자신의 내면적 결핍과 진정한 자아를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무대 연출 또한 작품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극의 주요 배경이 되는 아이오와주의 풍경은 따뜻하고 서정적인 색감으로 표현되며, 특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두 주인공이 교감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활용된다. 음악 역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극의 분위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재즈와 컨트리 음악의 선율이 어우러진 넘버들은 두 주인공의 설렘과 갈등, 그리고 애절한 사랑과 이를 통한 성장을 아름답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감정에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
공연은 7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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