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2차 종전 협상이 2일(현지시간) 열렸지만 중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1시간여 만에 끝났다. 양측은 종전 조건 등에서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며 1차협상 때처럼 전쟁 포로와 전사자 시신 교환에 합의하는 데 그쳤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2차 회담은 튀르키예 이스탄불 츠라안궁에서 당초 예정 시각보다 1시간 30분가량 지연된 오후 2시 40분쯤 시작돼 오후 3시 50분쯤 종료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회담이 끝난 뒤 각각 기자회견에서 중상자와 중증질환을 앓는 전쟁포로 전원 맞교환, 25세 미만 병사 전원 교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은 “포로 교환 규모가 1000명을 넘을 수 있으며, 중상자 교환을 정례화하기 위한 ‘의료 위원회’ 설치에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전사자 시신 6000구씩을 각각 교환하는 합의 내용도 포함됐다. 포로 교환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이뤄질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휴전 합의 등 종전을 향한 중대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협상에 앞서 러시아에 전달한 제안서에서 최소 30일간의 무조건적인 전면 휴전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중립을 강요하지 않고 크림반도를 포함해 2014년 2월 이후 러시아가 확보한 영토는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요구도 포함됐다.
반면 러시아 입장은 대조적이다.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제안’으로 이름붙인 제안서를 우크라이나측에 전달했다. 러시아측은 이 제안서에서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군 철수와 서방의 군사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우크라 측이 제안한 ‘무조건적’ 휴전 대신 사망자 시신 수습을 위한 2∼3일 간의 부분 휴전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더욱이 궁극적 평화를 위해 점령지와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 하며, 우크라이나 중립 유지를 촉구했다. 양측은 3차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으나 구체적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고 튀르키예 외무부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이날 회담은 우크라이나가 일명 ‘거미집’으로 명명된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에 대한 전례없는 기습 작전을 감행한 다음 날 이뤄져 주목받았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전선에서 4300㎞ 떨어진 시베리아를 비롯한 러시아 공군기지 4곳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감행해 러시아 측 무기 40여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북유럽 회원국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상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어제 벌어진 ‘거미줄 작전’ 같은 압박 수단이 몇 개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트럼프와 마지막 통화에서 말했듯 휴전 진전이 없으면 미국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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