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포도당이 당기는지"…KAIST, 뇌가 포도당 골라내는 원리 밝혀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7.09 09:00  수정 2025.07.09 09:00

장-뇌 연결 회로 규명…다른 영양소 무반응

식욕·대사질환 조절 위한 신경기전 제시해

연구 내용 이미지. ⓒ한국과학기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장에서 흡수된 포도당을 뇌가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신경 회로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식욕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대사성 질환 치료 전략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연구팀이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영균 교수팀, 생명과학과 이승희 교수팀,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포도당 선택적 인식에 관여하는 장-뇌 회로의 존재를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기존 연구는 장에서 감지한 총열량이 시상하부의 배고픔 뉴런(hunger neurons)을 억제해 식욕을 조절한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뇌가 총열량이 아닌 특정 영양소, 특히 포도당에 반응하는 별도의 회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공복 상태의 생쥐에게 다양한 영양소를 장에 직접 주입하고 뇌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결과, 시상하부 시상핵(PVN)의 스트레스 반응 뉴런인 CRF 뉴런이 오직 D-글루코스(포도당)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함을 발견했다. 단백질이나 지방, 다른 당류에는 반응하지 않거나 반대 방향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장에서 포도당을 감지한 신호는 척수신경을 통해 뇌의 등쪽 외측 팔곁핵(PBNdl)을 거쳐 PVN의 CRF 뉴런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미노산과 지방은 미주신경을 통해 전달됐다. 이처럼 영양소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신경 경로가 작동한다는 점도 새롭게 규명됐다.


연구진은 광유전학 기법을 이용해 CRF 뉴런을 억제한 결과, 공복 상태의 생쥐가 더 이상 포도당을 선호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회로가 포도당 선호 행동을 유도하는 데 핵심적임을 의미한다.


서성배 교수는 뉴욕대(NYU) 재직 당시 초파리 모델에서 장내 당류 감지 뉴런인 DH44 뉴런을 발견한 바 있다. 이 연구를 토대로 포유류 뇌에서도 포도당 특이 반응을 보이는 유사한 회로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이번 연구로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KAIST 박사 졸업생 김진은 박사는 생쥐 실험을 통해 CRF 뉴런이 포도당에 빠르고 특이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김신혜 박사는 장의 감각신경이 척수신경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구조를 규명했다. KAIST 학부 졸업생 정원교 연구원은 해당 회로의 기능을 모델링해 기전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김진은 박사와 김신혜 박사는 “장내에서 감지된 특정 영양소, 특히 포도당이 어떻게 뇌에 전달되는지를 추적한 이번 연구는, 에너지 대사 조절과 항상성 유지에서 장-뇌 신경 회로의 핵심 역할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서성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포도당 특이 장-뇌 회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사례”라며 “향후 아미노산, 지방 등 다른 필수 영양소를 감지하는 유사 회로와의 상호작용까지 규명해,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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