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일한다”…해외서 찾은 고령자 고용 전략 [천만 은퇴 쓰나미 ④]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08.03 08:00  수정 2025.08.03 14:04

2차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

日, 일하고 싶으면 65세까지 고용

美, 고령 근로자 차별 금지

2차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해외 선진국 고령 근로자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2차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사회의 고령층 고용 정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단순히 정년을 늦출지, 직무 전환과 재교육을 병행하는 유연 고용 모델로 갈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과 독일 등 해외 선진국 사례는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가 된 일본은 고령자 계속고용 등을 위한 법적 제도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일본은 1998년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뒤, 2000년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을 통해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도록 유도했다. 2013년부터는 3년마다 1세씩 정년을 늘리는 조치를 시행해 2025년까지 모든 희망자를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정년연장, 정년폐지, 계속고용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60~64세 취업률은 2000년 51%에서 2020년 71%로 상승했다. 일본은 2020년부터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기업에 ‘노력 의무’도 부여해 고령자의 노동시장 진입 문턱을 더 낮췄다.


일본의 경험은 고령자 활용에서 ‘선택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조건적인 정년연장이나 계속고용이 아닌, 기업 상황과 산업 특성에 맞게 재고용·정년연장 여부를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유연근무, 독일은 재교육, 프랑스는 돌봄


미국은 정년제를 폐지하고 연령차별금지법(ADEA)로 40세 이상 근로자의 해고·채용 차별을 금지했다. 덕분에 고령층은 일할 의지와 능력만 있으면 은퇴 연령과 무관하게 고용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유연근무 확대다. 파트타임, 재택, 프로젝트 기반 계약 등 다양한 형태로 고령층의 노동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 의료·교육·고객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직종 진출도 활발하다.


이로 인해 미국 고령층의 노동 참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65세 이상 근로자는 2023년 기준 1120만명으로 1980년대 중반 대비 4배 증가했다. 2033년에는 148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령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수입 보충뿐 아니라 자아실현, 사회참여를 이유로 파트타임이나 프리랜서 근무를 선택하는 점도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이다.


독일은 법적 정년을 67세로 상향하면서 평생교육·재훈련 체계를 강화했다. 직업학교에서 고령층도 신기술을 익히고 직무를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금제도 역시 65세 이후에도 고용된 근로자가 연금과 임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소득 공백을 최소화했다.


프랑스는 창업 대신 공공서비스·돌봄 부문에서 고령층을 적극 활용했다. 프랑스 정부는 55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해 위험 분산형 고령자 활용 모델을 만들었다.


韓, OECD 노인 빈곤 1위…임금체계 개편 논의 공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4%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14.7%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고령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농림어업·도소매·숙박음식업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한다. 임시·일용직 비중도 70%에 달해 고용 안정성과 임금 수준 모두 낮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1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고령자 취업은 ‘자발적 참여’보다 ‘생계 유지’ 성격이 강하다.


높은 고용률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고용 숫자를 늘리는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년연장 논의가 반복되지만, 임금체계와 일자리 구조 개편 없이 단순히 정년만 늘리는 방식은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6년 정부는 정년을 60세로 늘렸지만 임금체계 개편이나 직무급제 전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청년층 일자리 잠식 우려, 세대 갈등, 기업 비용 부담 논쟁 속에 사회적 합의도 공전하는 상태다.


일각에선 일본처럼 장기적 로드맵을 세워 정년연장과 계속고용을 병행하되, 임금피크제·직무급제와 연계한 비용 조정, 디지털 재교육과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고령화를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해외 고령자 고용정책을 적극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며 “건강한 60대들은 이제 ‘부양 대상’이 아닌 ‘경제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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