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SK스퀘어 지분 전량 처분해 4300억 취득
SKT도 카카오 지분 매각...전략적 제휴 이후 6년만
콘텐츠·커머스 등 시너지 기대했으나 경쟁 사업 多
양사 'AI 기업' 변모 中...회수한 투자금 신사업 올인
카카오와 SK IT(정보기술) 계열사가 각자 보유하던 서로의 지분을 처분하며 양측의 협력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이 지난 4월 카카오 지분 전량을 처분한 데 이어 카카오도 SKT 모회사인 SK스퀘어 주식 전량 매각에 나섰다.
1위 통신사업자와 1위 메신저 사업자 간 '적과의 동침'으로 IT업계를 달궜던 제휴였으나, 수년간 유의미한 사업적 시너지를 찾지 못하자 지분 정리를 통한 재원 확보로 각자 미래 먹거리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SK스퀘어 주식 248만6612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매각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확보하는 금액은 약 4297억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SK텔레콤과 SK텔레콤에서 분할된 SK스퀘어 지분을 보유해 왔다. 이중 SK스퀘어 주가가 SK하이닉스의 호실적과 상법 개정 기대감 등으로 급등하자 차익 실현을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SK텔레콤 지분 1.79%는 남겨둔 상태로, 이 지분의 평가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123억원 수준이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4133억원 규모의 카카오 지분 전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SK텔레콤이 지분 매각 목적에 대해 "미래 성장투자 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히며 확보한 현금을 SK브로드밴드 지분 취득과 AI 신사업 확장에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적 있다.
당시에도 6년 가까이 이어진 양사 간 전략적 제휴 관계가 지속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 이번에 카카오까지 SK스퀘어 지분을 정리하고 나서자 이들 관계에 사실상 마침표가 찍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혈맹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 시너지를 모색하는 것보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이다.
앞서 2019년 SK텔레콤은 카카오가 발행한 신주 약 3000억원 규모를 인수하고, 카카오는 같은 금액에 해당하는 SK텔레콤의 자기주식 1.6%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 사는 통신과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미래 ICT 등 4가지 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콘텐츠 분야에서 주로 협력해 왔다. SK텔레콤이 5세대 이동통신(5G) 특화 서비스인 가상현실(VR) 콘텐츠 서비스에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게임을 접목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현재 SK텔레콤의 구독 플랫폼 'T우주'에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등이 입점돼 있고, 카카오클라우드에 SK텔레콤이 클라우드관리서비스제공자(MSP)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에는 두 회사가 각각 100억원씩 출자해 ESG 공동 펀드를 조성하고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핵심 사업 분야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양 사 사업부 다수가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커머스(카카오선물하기·톡딜·카쇼라-11번가) ▲뮤직(멜론-플로) 등이 대표적이다.
파트너십 체결 당시 강조했던 OTT 플랫폼 웨이브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지식재산권) 간 협업도 유의미한 성과는 없었다. 당시 SK텔레콤은 5G 모델로의 전환을 준비하며 여러 콘텐츠사와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5G 설비투자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만큼, 해당 통신망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잔류시키기 위해선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와 경쟁력 있는 IP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웹툰·웹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오리지널 IP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가 최적의 파트너로 거론됐다. 하지만 웨이브가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의 경쟁에서 밀리며 카카오로서도 웨이브에 IP를 유통할 유인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양 사가 각각 자체 AI 사업 모델을 구축하면서 시너지 효과는 더욱 제한적이게 됐다. 카카오는 현재 AI 서비스 '카나나'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는 한편, 오픈AI와 에이전트 AI를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체 LLM(대형언어모델)를 기반으로 하는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SK스퀘어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AI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2023년 AI 기업으로 진화를 천명, 지난해부터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과 미래 먹거리인 AI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오픈AI와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포브스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까지취할 수 있는 차세대 가상 비서인 AI 에이전트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동으로 일을 처리해주기 때문에 사용자가 AI가 무엇인지 몰라도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는 이르면 오는 11월에 출시될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AI(인공지능) 투자 등 미래 투자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진행했다"며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며,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