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형 총리' 김민석, 의대생 복귀 이끌고 APEC도 챙겼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7.17 04:05  수정 2025.07.17 04:05

李대통령이 방향 제시하고 金총리가 실행

'공개 지시' 후 즉답… 국정 대응 실시간성

보고·조율형 총리 넘어 '움직이는' 총리로

김민석 국무총리가 16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 호텔에서 열린 제48회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 in 경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정 지시였던 '의정 갈등 해소'가 의대생 복귀 선언으로 이어지며, 해당 과제를 맡은 김민석 국무총리의 '실행형 총리' 역할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지시를 내리자 김 총리는 여러 차례 경주를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정권 초반부터 대통령은 국정의 방향을 잡고, 총리는 이를 실현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구도가 정착되는 모습이다. 기존의 '행정형 총리'가 부처 조율과 조직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면, 김 총리는 정책 현장을 직접 챙기며 실행에 나서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총리는 경북 경주에서 1박 2일 간 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직접 점검하며 현장 중심의 실무 행보를 이어갔다. 김 총리는 정상급과 실무 인력 숙소, 공항연계 교통망 등 인프라 전반을 점검하며 국제행사에 걸맞은 응대와 인프라 확충에 차질이 없어야 함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공식 만찬장 등 문화콘텐츠 행사 공간을 둘러보며 문화 프로그램 준비 상황도 점검했다.


김 총리는 이날 경주에서 개최된 대한상의 하계포럼 개회식에도 참석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상공회의소 참석자 및 기업인·경제인 등 600여명을 대상으로 기조강연을 했다. 김 총리는 이번 행사가 경주에서 개최된 만큼,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다짐하고, 이를 통해 성장회복을 넘어 문화선도국가로 더 높이 도약하는 출발점이 돼야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총리는 이에 앞선 11일에도 경주에서 APEC정상회의 준비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현장을 점검하는 등 실무 점검 행보를 이어갔다.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첫 다자 정상외교 무대다. 이 대통령은 APEC을 외교 분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지난 11일 X(구 트위터)에서 김 총리에게 "경주 APEC 관련 인프라 시설 진척사항을 잘 챙겨달라"라고 공개 지시한 바 있다.


이에 김 총리는 "대통령님 지금 그렇지 않아도 APEC 현장 1차 점검을 위해 경주로 달려가고 있다. 현장 상황을 종합 파악하고 향후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오늘 점검 후 바로 보고 드리겠다"라고 답글을 게시했다.


김 총리는 현장 점검 후 'X'에서 이 대통령 계정을 다시 언급하며 "경주 APEC 1차 점검을 마치고 기차 안이다. 내주부터 매주 경주와 숙소 등 신축 현장을 챙기고 다음 주에는 총 문화감독 등과 문화콘텐츠 점검을 하려 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외교부 공식 계정을 언급하며 "15일에는 인프라 관련 준비 점검, 16일에는 문화 관련 보고와 토론을 준비해달라"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대통령과 총리 간 국정 지시와 대응이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비공개 보고·조율이 일반적인 기존 행정 관행과 달리, 정책 추진의 전 과정을 국민 앞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SNS 지시'를 두고, 이 대통령이 국정 초반 '실행'과 '책임'을 총리에게 분명히 위임하면서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움직이는 총리'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유도한 행보로 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인프라 조성과 관련해 숙박시설 및 서비스 준비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내린 '국정 지시 1호' 역시 김 총리의 '실행형 총리' 역할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직후 의정 갈등 해소를 1호 지시로 내세우며, 의료계와의 대화와 중재에 국무총리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후 김 총리는 대통령의 1호 지시 이행을 위해 곧바로 의료계와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 7일 취임 직후, 김 총리는 전공의·의대생 대표들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갖고 직접 해결 방안을 협의했다. 결정적 전환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이 지난 12일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로 복귀하겠다"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면서였다. 이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집단 행동에 나섰던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의 전원 복귀 선언이다.


김 총리는 이들의 복귀와 관련 13일 페이스북에 "의료계와 국회가 의대생복귀를 선언하고 정부의 협조를 구했다. 큰 일보전진이 다행"이라며 "결실의 길을 찾겠다. 결국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이어 "국민들께서 문제해결을 도와주실 수 있도록, 의료계도 국회도 정부도 더 깊이 살펴볼 시간"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첫 지시가 단 시간 내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된 데 따른 입장이다.


또 "10월말 경주 APEC 준비는 지금부터 약 100일의 준비기간 동안 국민보고 방식으로 해가겠다"며 "9월중순까진 완벽을 기해야 마지막 한 달 다지고 또 다지고 또 다져 세계를 초대할 수 있다. 고민되는 지점마다 국민의 지혜를 구하겠다"고 했다.


이날 밤에는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상황을 보고받고 긴급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김 총리는 "농식품부는 발생 농장에 대한 출입통제와 집중소독, 살처분, 일시이동중지 등 긴급행동지침에 따른 방역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역학조사를 통해 발생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했다. 또 "환경부는 발생농장 일대의 울타리 점검 및 야생 멧돼지 폐사체 수색과 포획 활동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김 총리는 공식 취임 이튿날인 지난 8일 '10·3 플랜(10일 단위 3단계 계획)'을 공개하며, 취임 후 30일간 업무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플랜에 따르면 그는 "첫 30일을 이재명 정부 성공의 기초를 닦기 위해 300일처럼 뛰겠다"며 '속도·소통·성과'를 핵심 방식으로 제시했다.


첫 10일은 재해·재난 등 안전 분야를 점검하고, 이후 10일은 공직사회 내부 시스템 정비, 마지막 10일은 정책 점검과 국정기획위 실행계획 마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총리 주재 사회적 대화 플랫폼 'K 토론나라' 운영, 주기적 세종 집중근무제 등도 함께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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