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현실 괴리…혜택 누구에게 향하고 있나
'민생 회복' 명분과 현실 소비 행태 사이에 간극
기호 소비 확산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우려도
위스키가 주력인 모 바틀샵 브랜드 오픈채팅방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입니다'란 공지가 잊을만하면 올라왔다. 담배와 복권을 함께 판매하는 모 복권판매점 앞을 지날 때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담배구입가능*'이란 안내 문구가 시선을 고정시킨다.
정부는 이번 소비쿠폰 지급 취지를 '침체된 내수시장의 소비 진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내수 회복 효과보다는 기호 품목 혹은 감정 위안 소비에 가까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편의점들에서 나오는 지표들로만 보더라도, 소비쿠폰을 통한 주류와 담배 매출 확대에 대한 우려를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에 따르면,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일주일(7월 22~28일)간 주류 매출이 전달 같은 주간(6월 24~30일)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 매출은 GS25가 31.7%, CU가 29.2%, 세븐일레븐 30%, 이마트24는 20% 증가했다. 소주 매출은 GS25는 16.2%, CU는 12.4% 늘었으며, 전체 주류 매출은 일제히 10% 이상 성장했다. 담배 구매는 한 갑이 아닌 '보루 단위'로 늘어나며 매출 상승을 견인했으나, 일각에선 이를 되팔아 현금을 만드는 '담배깡'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업계는 정확한 담배 매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술과 담배뿐 아니다. 소비쿠폰이 대기업계열 매장인 CJ올리브영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보니, 쿠폰 사용이 가능한 올리브영 가맹점을 공유하는 정보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소비쿠폰으로 피부과 시술이 가능하다는 병원 홍보글들을 찾는 것 역시 쉬운 일이다. 이처럼 화장품이나 미용 등 비필수 품목으로까지 소비쿠폰 사용이 확산되는 흐름은, 정책의 본래 취지와 실제 소비 방식 사이에 분명한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현실 곳곳에서 체감되는 풍경은 '내수 회복'보다는 오히려 기호 소비나 감정 위안 소비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현금성 소비쿠폰은 '소상공인' '골목상권'에 집중돼 경기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촉진제라기보다는, '오늘 하루 기분 좋게 쓸 수 있는 돈'처럼 느껴지는 흐름이 더 두드러진다.
생계에 필수적인 식료품이나 공공 서비스가 아닌, 비필수·기호성 품목에 소비쿠폰 사용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비판의 영역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류와 담배 심지어 피부과 시술까지 사용이 확산된 소비쿠폰이라는 현실 앞에서,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내세운 정책 설계의 설득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정치가 진짜 민생을 걱정했다면 담배와 위스키 값으로 연결되는 소비 흐름이 애초에 설계될 수 있었을 지에 대한 의문도 가시지 않는다.
문제는 일부 기호성 소비에만 있지는 않다. 소비쿠폰은 소비 심리를 자극했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 압력 또한 함께 키운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정부가 소비쿠폰을 통해 대규모 수요를 촉진한 정책 구조 자체가, 결과적으로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본질적인 우려로 남는다.
궁극적으로 물가 상승의 부담은 대다수 서민과 취약계층에게 가장 크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내수 진작과 민생 회복을 내세운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쿠폰의 사용 실태를 따라가다 보면, 정책의 명분과 실제 효과 사이에 구조적인 괴리가 점점 뚜렷해진다. '민생 회복'이라는 말은 여전히 붙어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이 실제로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