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대 나이에 기량을 만개했던 배소현(32)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배소현은 3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오로라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서 버디 5개를 추가하며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고지원, 성유진(이상 –18)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우승 상금은 1억 8000만원이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챔피언조에 편성된 배소현은 침착하게 경기를 이어갔다. 7, 8번홀 연속 버디로 3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던 고지원을 제쳤고 후반에는 성유진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14, 15번홀 연속 버디를 바탕으로 우승 기운을 가져왔다.
배소현은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성유진, 고지원이 버디를 기록하며 압박 상황에 놓였으나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한 뒤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배소현은 이번 우승으로 위메이드 대상 포인트 70점을 추가, 시즌 누적 129포인트를 기록하며 20위에 올랐고 상금 레이스에서도 3억 7112만원으로 15계단 뛰어오른 12위로 상반기를 마쳤다.
배소현은 우승 후 “디오픈 갤러리를 하고 온 뒤 지난주 수요일 입국했다.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예선 통과를 목표로 두고 경기에 임했는데 우승하게 돼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배소현은 짧은 코스 특성상 장기인 장타를 발휘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드라이버를 못 잡는 파5홀도 있었다. 아이언과 퍼트로 승부 봐야 하는 코스였는데, 이번에 아이언을 바꾸고 나온 게 주효했다. 타이틀리스트 아이언을 쓰는데 신형이 나오자마자 받았다. 디오픈 가기 전 안 쳐봤고 코스에서 처음 쳐봤는데 마음에 들어서 바로 가지고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역전 우승의 결정적 순간은 3라운드 9번홀서 기록한 샷 이글이었다. 배소현은 “분위기를 반전시킨 이글이었다. 그 이글이 선두 경쟁에 뛰어 들게 만들었고, 덕분에 마음을 다잡아 플레이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배소현은 지난해 3승을 ‘E1 채리티 오픈’, ‘더헤븐 마스터즈’, ‘KG 레이디스 오픈’ 등 54홀 스트로크 대회에서만 이뤘다. 그는 “올해 목표 중 하나가 4라운드 대회에서 우승하는 거라 말하고 다녔다. 이번에 이뤄내 기쁘고 특별하다”라고 방긋 웃었다.
지난주 디오픈 갤러리를 다녀온 소감에 대해서는 “중심축이 흔들리는 선수들이 없어 그 부분을 캐치해 적용했다. 1라운드 때는 스스로 어색했는데 2라운드부터 자신감 있게 쳐보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원래 골프가 실력과 운이 5:5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면서 선수의 영역이 더 많구나 싶었고 내가 골프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어 “로리 매킬로이와 스코티 셰플러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맥길로이는 북아일랜드 출신이고 고향에서 플레이했는데, 처음 고향에서 플레이할 때 부담 됐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이렇게 대단한 선수도 압박과 부담을 갖는구나, 나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코티 셰플러의 경우는 연습하는 루틴이나 기본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했다”라고 떠올렸다.
배소현은 하반기 목표에 대해 “가까운 일정인 메인 스폰서 대회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 내는 것이 1차 목표라 다음 주는 쉬기로 결정했다. 하반기에 타이틀 방어도 하고 싶고, 메이저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 내고 싶다”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고참에 속하는 배소현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배소현은 “어렸을 때부터 골프만 생각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생각해보고 경험해보기도 했다. 골프에만 너무 몰두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하면 좋겠다”라며 “선수는 부상이 없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부상을 크게 겪은 경험이 있는데, 후배들도 부상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골프도 운동이라 기초체력, 트레이닝을 우선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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