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임신 중 염증이 태아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 규명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8.04 10:47  수정 2025.08.04 10:47

모체 염증 반응이 소아의 알레르기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는 기전 모식도.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흥규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임신 중 발생한 염증이 태반을 통해 태아의 스트레스 반응 조절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T세포(후천성 면역계의 핵심 세포)의 생존과 기억 능력이 증가해 아이가 태어난 후 알레르기 반응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임신 중 과도한 염증을 유발한 생쥐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면역계에서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물질로 알려진 독소 성분인 리포폴리사카라이드(LPS)를 생쥐에게 주입해 염증 반응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태반에도 염증이 발생했다.


태반 조직에서는 염증 반응으로 인해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라는 신호 물질이 증가했다. 이 물질은 호중구라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태반에 염증성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중구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비율(40~75%)을 차지하는 백혈구로, 선천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체내에 침입한 세균이나 진균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태반의 손상은 태아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많이 분비되면서 태아의 면역 체계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결과 태아의 T세포는 더 오래 살아남고, 기억 기능이 강화됐다.


특히 이 과정을 거쳐 생성된 기억 T세포는 출생 후 항원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실제로 연구팀이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겐을 생쥐의 기도에 노출했을 때, 알레르기와 천식 반응에 중요한 면역세포가 증가하며 강한 호산구성 염증 반응과 과도한 면역 활성화가 관찰됐다.


이흥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신 중 염증 반응이 태반을 통해 태아의 알레르기 면역 체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 소아 알레르기 질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과 예방 전략 마련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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