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살인’ ‘면허 취소’ 발언에 업계 ‘초긴장’
포스코이앤씨 이어 DL건설서 잇따른 사망사고 발생
불법 하도급·인력 구조 등 근본적 문제 해결 필수적
이재명 대통령이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면허 취소’까지 언급하자 건설업계가 숨을 죽이고 있다. 현재 드러난 사고만으로는 실제 면허 취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미필적 고의 살인’에 이어 거침없이 던지는 대통령식 화법에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성남시장 시절부터 ‘모라토리움’, ‘박근혜 하야’ 등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어법으로 여론을 주도해온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한 메시지로 관심을 끌어낸 뒤 실제 조치는 한발 물러선 수준에서 마무리하는 전략이다.
대통령의 고강도 질책은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주요 건설사들은 건설현장 사고 사례를 공유하고 안전 관련 교육을 강화하며 자체 조치에 들어갔다. 건설업 관련 16개 단체의 연합체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중대재해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며 국토부를 포함한 관(官)에서도 안전 점검 관리 자료를 수시로 배포하며 대응에 나섰다.
현장 관리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에서 대국민 사과 엿새 만에 다시 안전 사고가 일어난만큼 ‘한번 삐끗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가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을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공포감 조성이 잇따른 건설사고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에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안전 비용 축소, 인력 고령화 및 외인화, 무리한 공사기간 책정 등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는 불법 하도급으로 고용된 비정규 일용직은 숙련도가 낮아 위험에 취약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정규직 전환에는 인건비 부담이 뒤따른다. 안전한 근로 환경을 위해 공사기간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려 해도 발주처가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개선도 쉽지 않다.
결국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변화는 제한적이다. 지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에도 건설현장 산업재해 사망 사고 숫자는 100명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처벌 일색의 대응에는 후폭풍도 따른다. 공사 중단이 장기화 될 경우 공기 지연과 주택 공급 차질, 하청업체의 비용 정산 지연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면 건설업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인명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에 행정 처분 논의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염려스런 이유다.
본보기로 삼은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6월 기준 6153명이 재직하고 있으며 협력사만 2000여개에 달한다. 전국 공사장 개수는 103곳에 달하고 과거 본사가 있었던 포항 등 지역사회에도 영향력이 크다. 면허 취소가 현실화되면 대규모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유례없는 초강도 제재 추진에도 지난 8일 DL건설이 시공하는 경기도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하고 말았다.
건설·부동산 시장은 대통령의 거침없는 발언 만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정책·법령·제도·예산이 함께 맞물려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든다. 정치적 수사(修辭)를 넘어 실질적 대책으로 옮겨갈 시점이다. 불호령이 아닌 제도 개선과 그에 따른 실행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건설 사고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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