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행위 사죄, 완전한 책임질 것”…형기 절반 채우면 韓송환 가능
법정 출석한 권도형씨(일러스트). ⓒ 로이터/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테라’ 발행과 관련해 사기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형사재판에 넘겨진 권도형(33)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가 11일(현지시간) 입장을 바꿔 유죄를 인정하고 최고 형량을 대폭 낮추는 데 합의했다. 미국에서 일정 기간 형기(刑期)를 채운 뒤 한국으로 송환될 ‘길’도 열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권씨는 이날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출석해 사기 공모,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형량을 경감 또는 조정하는 미국의 ‘플리바겐’ 제도에 따라 검찰은 권씨를 상대로 1900만 달러(약 263억원)와 그 외 다른 일부 재산을 환수하기로 했다.
그가 이날 유죄를 인정한 사기 공모(5년),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20년) 죄의 합산 최대 형량은 모두 25년형이다. 다만 검찰은 추가 기소 없이 최대 12년 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권씨는 미국에서 일정 기간 형기를 채운 뒤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법정 진술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의로 사기를 저지르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내 회사인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 구매자들을 속였다”며 “내 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싶다. 나는 내 행위에 완전한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권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12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최종 형량은 판사 재량이기 때문에 검찰 구형량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가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플리바겐 조건을 준수할 경우 권씨는 ‘국제수감자 이송’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법무부가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한국행을 신청할 경우 나머지 형기 절반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권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그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후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적 쟁송을 벌이다가 결국 미국으로 송환된 바 있다.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를 발행하면서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테라폼랩스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트레이딩회사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테라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사 왔다. 결국 테라는 달러화와의 연동이 깨지면서 수많은 투자자 피해를 유발한 바 있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앞서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말 몬테네그로로부터 권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뒤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다. 내년 2월 이후 예정된 본재판에서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권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었다.
이번 재판과는 별개로 권씨와 테라폼랩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44억 7000만 달러 규모의 환수금 빛 벌금 납부에 합의한 바 있다. 권씨가 유죄 인정으로 입장을 바꾼 것을 놓고는 트럼프 정부의 친(親)가상화폐 기조 속 사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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