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거장의 원화부터 시각적 자극을 최소화한 공간에서 청각에 의지하는 경험까지. 그림책 또는 소설을 ‘전시’로 확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영상으로, 또 무대로 책을 만나는 것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책 세계관을 확장 중이다.
여기에 해외 제작사들의 러브콜까지. 책이 뻗어 나가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출판 업계에서도 IP(지식재산권) 활용을 더 깊게 고민하고 있다.
그림책 분야에서는 원화를 전시 형태로 선보이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그림책 거장으로 꼽히는 앤서니 브라운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앤서니 브라운展: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을 개최했으며, 앞서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제주에서 그림책 전시 ‘페이지를 건너다: 이수지의 그림책 전(展)’을 열었었다.
그림책 원화를 공개해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가 하면, 앤서니 브라운은 미공개 작품을 공개해 특별함을 더하기도 했다.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더미북을 통해 그림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었다.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는 소설을 전시로 선보였다. ‘첫 여름, 완주’를 ‘듣는 소설’로 기획해 종이책과 오디오북으로 함께 선보인 것을 넘어, 어두운 공간에서 ‘첫 여름, 완주’를 감상케 하는 전시도 개최한 것.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각종 음향효과가 어우러진 ‘첫 여름, 완주’의 오디오북을 암전 된 공간에서 감상하며 더욱 실감 나게 내용을 즐기게 했다. 나아가 ‘첫 여름, 완주’에서 영감받은 여러 작가들의 작품도 선보이며 ‘풍성한’ 경험을 선사했다.
드라마, 영화로 영상화되거나 뮤지컬의 원작이 되는 사례는 더 활발해졌다. 특히 천선란, 정세랑 등 젊은 여성 작가들 중심으로 SF 장르가 흥하는 등 장르문학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한국의 콘텐츠가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해외 제작사와 판권 계약을 맺고 영화로 제작되는 등 가능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은 독자들의 지지를 바탕 삼아 뮤지컬로 제작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끈 바 있으며, 워너 브라더스 픽처스와 영화화 계약을 맺고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반가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보영 작가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편혜영 작가의 ‘홀’도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상화를 기다리고 있다.
출판 업계에서도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이어진다. 고즈넉이엔티, 안전가옥 등 영상화에 특화된 장르문학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출판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교보문고는 ‘북다’를 통해 장르문학 공모부터 출간까지, IP 확보에 힘을 쓰기도 한다. 예스24 또한 정보라 작가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연재하는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작가를 발굴하는 것 외에, 이렇듯 확대된 가능성을 영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더 커진 가능성을 영리하게 활용해 K-문학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에 대해선 적절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종이책 중심에서, 출판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권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출판 지식재산 수출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시선을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내 독자들과 해외 시장에서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지금, IP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국내외 출판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며 이는 개별 출판사의 노력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지원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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