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26일 직제 개정 공포
권한 통제와 독립성 보장 사이의 갈등
자치경찰·국가경찰위원회로 기능 이관
윤호중 장관 “국민 안전 위한 제도적 전환”
지난 2022년 출범한 경찰국이 26일 폐지된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후 8일 만에 이뤄진 조치다. ⓒ뉴시스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지난 2022년 출범 이후 단 2년 만인 2025년 8월 26일 공식 폐지된다. 같은 날 대통령령 개정안이 공포·시행되면서 행안부 소속기관 직제에서 경찰국은 사라진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폐지안이 의결된 지 불과 8일 만에 이뤄진 조치다. 출범 초기부터 ‘경찰 독립성 훼손’ 논란을 놓고 끊임없는 공방이 이어졌던 만큼, 이번 결정으로 경찰국 존폐를 둘러싼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정권의 경찰 장악 도구인가”…출범부터 격렬한 반발
경찰국은 윤석열 정부 첫 해인 2022년 행안부 직제 개편을 통해 신설됐다. 당시 정부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권한이 과도하게 비대해졌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특히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경찰국은 자치경찰 지원을 비롯해 경찰 고위직 인사 관리, 조직 운영 지원, 치안정책 기획 등 핵심 기능을 담당하도록 설계됐다. 조직 규모는 국장 1명, 과장급 3명, 실무 인력을 합쳐 모두 16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경찰 내부 반발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정권의 경찰 장악 도구’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처음으로 열려 약 140명의 총경급 경찰관이 집단 반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 수뇌부와 일선 간부 간 갈등은 심화됐고, 조직 내부의 동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
여론 역시 팽팽하게 갈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022년 7월 초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경찰국 신설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7.4%, 반대는 46.1%였다. 오차범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국민적 공감대 확보에는 실패했다.
결국 경찰국은 출범 직후부터 존립 근거와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다. 결집된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운영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경찰국 신설부터 폐지까지 주요 연표.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인사 개입 논란에 불신 확산…국정감사로 번진 갈등
운영 과정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은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위직 인사와 조직 운영에서 경찰국이 일정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비판이 거셌다.
인사 전보와 승진 과정에서 특정 인사에 대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경찰국의 독립성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또 국가수사본부와의 업무 조율 과정에서도 갈등이 노출되며 권한 충돌 문제가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2023년과 2024년 국정감사에서 야권 의원들은 경찰국 신설이 사실상 ‘행안부를 통한 경찰 장악’이라고 지적하며 폐지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학계와 시민단체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한국형사·법집행연구학회가 2023년에 발표한 보고서는 경찰국이 경찰의 단일 지휘체계를 훼손하고, 자치경찰제 정착 과정과도 배치된다고 진단했다.
반면 정부는 경찰국 존속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행안부는 경찰국이 경찰 조직의 방만한 운영을 막고, 국민 안전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제도적 장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 설명에도 불구하고 경찰 내부와 사회 전반의 불신은 오히려 심화됐다. 경찰국은 점점 더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됐다.
◆총선 이후 흐름 급변…폐지 확정
변화의 결정적 분기점은 2024년 총선 이후 찾아왔다. 당시 야권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서 경찰 독립성 강화가 국회 차원의 주요 정책 의제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경찰국 폐지는 권력기관 개혁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국회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정부 역시 폐지를 통한 명분 확보 쪽으로 기류를 바꿔가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8월 18일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령안이 의결되며 경찰국 폐지가 공식 확정됐다. 채 10일이 되지 않은 8월 26일, 개정령안이 공포·시행되면서 신설 2년 만에 경찰국은 제도적 근거를 잃고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경찰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경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독립과 통제’
경찰국 폐지가 곧 조직 공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경찰국이 맡았던 자치경찰 지원, 인사·조직 관리, 치안정책 기획 등의 기능은 모두 행안부 기존 부서로 재배치됐다.
앞으로 제도적 과제는 우선 국가경찰위원회 권한을 실질적으로 확대해 경찰 운영 전반에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가 경찰과 지방경찰 간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구분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경찰 내부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감찰과 감사 기능을 강화해 독립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도 향후 과제로 꼽힌다.
경찰국의 짧은 2년 역사는 권한 통제와 독립성 보장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한 우리 사회의 숙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폐지를 통해 외형적 독립성은 확보됐으나,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
결국 국가경찰위원회의 기능 강화와 자치경찰제의 정착 여부가 이번 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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