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다리가 불편한 기동(송호철 분)의 어머니 이화(김금순 분)는 이름난 만신이다. 신병에 시달리던 지원(한지원 분)은 이화를 찾아와 신내림을 받기로 하고, 다큐멘터리 팀이 그 과정을 촬영한다.
기동은 자신의 장애조차 신적 질서와 연결해 해석한다. 어머니가 장군에게 아들의 다리를 바쳐 영험을 얻었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이화는 불안해진다. 카메라의 시선과 관심이 자신이 아닌 젊고 매혹적인 지원에게 쏠리기 때문이다.
기동 역시 지원에게 매력을 느끼고, 지원 역시 기동에게 다리를 주물러 달라 하거나 “엄마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며 미묘한 감정을 암시한다.
신내림 전날, 기동은 날카롭게 작두를 가는 엄마를 보고, 다음 날 지원에게 "장군님을 받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화가 시킨 것이라고 생각한 지원은 작두에 오르고 날에 발을 베인다.
기동은 이를 막으려 했지만 신언니들에 의해 제지된다. 사실 이화는 애초부터 지원이 아닌 아들에게 신내림을 잇게 하려고 굿판을 짠 것이다.
기동은 유명한 무당이 됐고, 이화는 기력을 모두 쏟아낸 듯 휠체어에 앉아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임신한 지원이 기세등등하게 서 있다. 카메라는 이 기묘한 모자의 계보가 지원의 뱃속 아이에게로까지 이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작두'는 무속이라는 강렬한 색채와 꽹과리 소리에 맞춰 진행되는 무악으로 긴장감을 높이며, 욕망과 질투, 세습의 굴레를 뒤엉킨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무악'은 오컬트, 서스펜스의 결을 가지고 있지만, 왜곡된 성장 영화로도 볼 수 있다. 기동의 신내림은 어머니의 욕망에 종속된 기형적 성장의 결과다. 이화는 자신의 기운과 권위를 아들에게 물려주며 생명력을 소진하고, 그 자리를 대신 채운 지원은 기동의 새로운 엄마의 자리를 차지한다.
피할 수 없는 집안의 저주와 운명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을 흥미롭게 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러닝타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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