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사용처로 '스마트 강군 육성' 꼽아
목표치 제시 안해…美 'GDP 대비' 5%' 요구
국방비 2배로?…미군 부지 소유권 논란도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영접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자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직후 국방비 증액 방침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동맹국에 거듭 압박해 온 '안보 청구서'를 우리나라가 사실상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구체적인 목표치나 인상 속도는 제시하지 않았다. 향후 국방비 규모가 한미 간 신경전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국방비를 증액할 것"이라며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늘어난 국방비의 사용처로 '스마트 강군 육성'을 꼽았지만, 증액 폭이나 속도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 등 동맹국을 압박해 왔다. 지난 6월 나토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5%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국방비는 61조2000억원, GDP 대비 2.32% 수준이다. 미국 기준을 적용하면 130조원대까지 늘려야 한다.
정부는 이미 2029년까지 국방예산을 84조원대까지 늘리는 중기계획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작년 말에 마련된 '2025∼2029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2026년 66조7000억원 △2027년 72조4000억원 △2028년 78조3000억원 △2029년 84조7000억원 수준으로 계획돼 있다.
그러나 트럼프식 계산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국방 사회간접자본(SOC)와 연구개발비까지 포함해도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9일 미국 측이 최근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에 최소 3.8% 수준까지는 올릴 것을 요구하려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증액 방침을 밝힌 배경에는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큰 틀 속에서 '가장 수용 가능한 카드'를 선택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작권 환수와 북핵 대응 역량 확보라는 한국의 자체 과제와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은 우리 군사장비의 큰 구매국가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무기 구매 확대를 압박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 폭격에 투입된 B-2 스텔스 폭격기를 거론하며 "한국도 이런 첨단 무기를 도입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미 우리 군 당국은 F-35A 20대를 2026년부터 추가 도입(2028년 전력화 예정)하고 F-15K·KF-16 성능개량 등 수십조 원대의 미국산 무기 계약을 진행 중이다. 국방비 증액이 곧 '미국 무기 직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국방비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국방 중기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세심한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무기 구매 역시 기존 국방비에 편성돼 진행 중인 사안들이 있다"면서 "어디까지 말씀드릴 수 있을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 요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트럼프식 '신(新) 확장주의'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도중 "우리는 (주한미군)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기지의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원한다. 우리는 임대차 계약(lease)을 없애고 우리가 거대한 군 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부대변인은 "내용을 더 확인을 해봐야 될 것"이라며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규정에 따라 공여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SOFA 제2조에 따라 미군이 사용하는 토지와 시설은 우리 정부 소유다. 다만 기지 내 관리와 출입 통제 등 운영권은 미군이 행사한다. 미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미군 기지 부지의 사용권을 갖고 있지만, 기지에 대해 영구 소유권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관련한 기본적 합의의 틀을 흔드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미국은 한미간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 땅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통치권과 행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해석하게 되면 소유권까지 갖겠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해당 문제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과 연계한다면 한미관계에 큰 변수는 물론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익' 관점에서 고심하는 숙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결과 관련 대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배경을 더 알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한미군에 대한 부지는 우리가 공여하는 것이지, 우리가 주고 무슨 지대를 받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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