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막히자…SPC 활용 우회 자금 조달 재부상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5.08.27 07:00  수정 2025.08.27 07:00

가락동 재건축 단지, 150여명 다주택자 이주비 ‘비상’

조합이 페이퍼컴퍼니 세워 자금 끌어와 조합원에 대출

대출 규제 후폭풍 지속...재건축 사업 진행에도 차질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 뉴시스

6.27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의 이주비 대출이 막히자 재건축 정비사업장에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우회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SPC 설립은 조합 해산과 잔여재산 정산 등 청산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사업 진행 중인 재건축 진행 도중 도입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재건축 조합은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 이주비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자 SPC를 통한 자금 마련을 검토 중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 6월 27일 시행한 대출 정책으로 이주비 대출 한도는 6억원 이하로 제한되고 다주택자는 아예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해당 단지의 경우 다주택자 조합원이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 이주비 마련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실제로 조합원 150여 명 대다수가 전세를 놓고 다른 거주지에서 실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조합은 시공사의 추가 이주비 외에 SPC를 만들어 제 2금융권에서 최대한 저금리로 사업 자금을 조달해 다주택 조합원의 이주비 비용을 마련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조합 단독으로는 신용도가 낮은 만큼 시공사가 금융기관에 보증을 서 이러한 부분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조합원 분양 수익 등으로 SPC에 빚을 갚는 구조다.


다시 말해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방식으로 간접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출금리는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가 제공하는 추가 이주비보다 높지만 별도 법인이라 자금 운용이 유연하고 재무적 리스크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조합은 이주 시기가 이르면 내년 5월로 예상되는 만큼 우선 대출 규제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SPC를 통한 자금 조달은 과거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대우건설은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하며 당시 12.16 대책으로 다주택자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SPC설립을 약속하며 시공사로 선정됐다. 다만 추가 이주비 신청이 저조해 SPC 실행으로까진 연결되지 않았다고 대우건설측은 설명했다.


같은해 12월 경기도 안양시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HDC현대사업개발이 SPC를 통한 2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은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6·27 대출 규제의 목적은 투기 수요 억제로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는데 다주택자의 이주비가 막히는 예기치 못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들이 재건축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며 우회적 성격이 있긴 하지만 시장 질서를 흔들 만큼은 아니어서 정부가 제동을 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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