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법제화 논의 재개…외식업계·플랫폼 간 힘겨루기 본격화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9.05 07:04  수정 2025.09.05 07:04

입법 추진 본격화…민주당, 소상공인법 개정안 발의 예정

배달업계 “시장 위축 우려”…이중 규제·서비스 질 저하 가능성

외식업계 “생존권 지킬 안전망”…높은 수수료 구조에 기대감

자유시장 논란도 불가피…기준 설정 따라 효과·부작용 갈릴 전망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논의 재개에 주목하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최근 수수료 상한제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면서다. 과도한 수수료 부담이 줄면 매출 대비 비용 부담이 낮아져 음식점주의 실질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앱 서비스 이용료 상한제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상공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배달앱 서비스 이용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한의 범위 내에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온플법이 최근 한·미 통상 협상 여파로 불발되면서, 미국과 직접적인 마찰이 없는 ‘배달앱 이용료 경감’ 부분만 따로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플랫폼 업계의 과도한 수수료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발의 예정인 개정안에는 배달앱 중개수수료 상한제 뿐만 아니라 배달비·광고비 등도 상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배달비·광고비 등 각 비용의 상한을 총량으로 정해 그 안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배달업계는 그동안 우려했던 ‘배달 수수료 상한제’의 입법이 거론되자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업계는 인위적인 수수료 상한제가 시장의 자율성을 해쳐 배달 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배달앱·입점업주·소비자·배달원 등 모두가 피해를 볼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기존 공정거래법·외식산업진흥법에서도 규제가 이뤄지고 있어 입법 시 이중 규제 논란이 제기된다고 입을 모은다. 수수료·배달비·광고비 총량 상한제나 영업정지 제재까지 거론돼, 기존 온플법보다 수위가 높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상한제 시행으로 인해 배달산업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간으로 보기에는 음식점들의 평균 마진이 증가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소비자나 라이더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면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배달 주문을 예전보다 덜하게 되고, 라이더 유입 역시 줄면서 배달 품질의 하락으로 결국 업주 역시 매출이 줄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비는 배달앱의 수익이 아닌 라이더 인건비 성격을 지닌다. 이 때문에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누군가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그 주체는 결국 배달앱이나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학교 마이클 설리번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 미국 주요 도시 14곳에서 도입된 배달 수수료 상한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로 음식점의 평균 수익은 늘었지만 소비자와 라이더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손실이 더 커 시장 전체 후생이 오히려 감소했다.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뉴시스

반면 외식업계서는 배달업계와 정반대의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도한 수수료 구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제도 도입이 영세 음식점의 생존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외식업계는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 지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매출은 줄고 고정비는 늘어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임대료·관리비·상시 인건비 등 매출과 관계없이 나가는 제반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매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규모가 작은 소규모 음식점일수록 배달 매출 비중이 높아 수수료 부담이 곧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


또한, 중개 수수료 외 광고비·프로모션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음식점은 실제 매출의 절반 이상을 플랫폼에 내야 하는 구조가 생기고 있다. 이로 인해 영업 전략을 배달 위주로 바꾸거나, 일부 메뉴 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외식업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주문 앱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자체 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를 직접 관리하며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규모 음식점은 여전히 배달앱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자체 앱 구축에 필요한 개발 비용과 서버·결제 시스템 유지 부담, 주문 관리와 고객 응대 등 운영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기존 배달앱에 익숙한 소비자를 자체 앱으로 유입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업계서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영세 음식점의 숨통이 트이고, 플랫폼과의 기울어진 힘의 균형도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싶어도 소비자들이 이미 플랫폼에 익숙하다 보니 결국 배달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마케팅이나 운영 인력이 없는 데다, 오프라인 손님만 기다릴 수 없는 소상공인은 선택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물론 상한제 도입에 따른 한계점도 분명하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자유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크다. 가격과 수수료는 시장 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하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오히려 경쟁을 저해하고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쉽게 말해 수수료 총량 제한은 플랫폼의 수익 구조를 흔들어 신규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배달 기사 인건비나 소비자 할인·포인트 혜택 축소로 전가될 수 있고, 예기치 못 한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향후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할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며 “정부가 현재 총량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일정 비율을 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몇 퍼센트가 되는지에 따라 부작용이나 효과 등이 크게 나뉘고 시장 반응 역시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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