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더니…박스피에 개미 ‘탈출 러시’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5.09.09 05:05  수정 2025.09.09 08:02

코스피 7월 말 이후 박스권, 일평균 거래대금↓…해외주식 보관액은 200조 돌파

시장 기대 못 미친 세제개편안 결정적…정책 불확실성에 상승 동력 상실

조정 여부가 향후 증시 방향성 좌우…일관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절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7월 말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국장 ‘탈출 러시’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고 강조했지만 국내 증시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연일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9월 1~8일)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68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15조4285억원), 7월(18조8678억원) 대비 각각 4.8%, 22.15%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해외주식 보관액은 빠르게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액은 1965억 달러(한화 약 273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증시가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미국·중국 등 해외 증시는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는 0.25% 하락한 반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각각 2.61%, 2.05% 상승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5.66% 올랐다.


코스피의 박스권 배경으로는 정부 정책 불확실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증시 부양’ 의지를 내비쳤으나, 이와 상반된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정책에 대한 시장 실망감이 커진 상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용되던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인터넷 표현을 빗대 “이제 국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지능순이라는 얘기가 나오게 하면 주식시장은 상당히 빨리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7월 말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을 35%로 설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달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세제개편안에 국내 증시가 상승 탄력을 잃고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의 횡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세제개편안의 조정 여부가 향후 증시 방향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정기국회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통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내용이 나올 경우, 주도주가 부재한 현 상황에서 새로운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세율이 정부안(35%)대로 확정되면 실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30% 이하로 조정되면 증시에 긍정적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코스피 조정이 이어지는 만큼 시장 친화적인 법 개정이 상승 동력이 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약속한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통해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증시의 상승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것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자본시장에 긍정적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방향으로의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며 “자산 형태와 관계없이 동일한 과세 원칙과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조세 중립성과 형평성을 높이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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