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가 된 폭염·가뭄, 날씨 탓에 치솟는 농수산물값 [기후 침공①]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0.06 07:00  수정 2025.10.06 07:00

기후변화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상승

‘일상화’ 된 기후플레이션, 서민 부담↑

한국은행 “1℃ 상승에 농산물값 2% 올라”

원자잿값 간접효과 고려 시 더 부담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수박이 놓여 있다. ⓒ뉴시스

불볕더위와 혹한, 넘쳐나는 강우와 가뭄처럼 극한으로 치닫는 기상이 인류 밥상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란 단어는 신조어가 아닌 보통명사가 됐다. 1년 내내 정부는 날씨로 인한 물가를 걱정하며 적지 않은 재정을 가격 안정에 쏟아붓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은 올 여름도 다르지 않았다. 짧은 장마와 때 이른 폭염으로 과일·채소·수산물 체감 물가가 일제히 올랐다.


지난 7월 일부 농축수산물 소비자가격은 두 자릿수 이상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박 1통은 3만원을 오르내렸다. 전년대비 36% 이상 오른 금액이다. 장마 등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이 늦어진 상황에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불볕더위 탓에수요는 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대체재인 참외값(10개 1만6168원)도 1년 전에 비교해 15.1% 올랐다. 기온이 오르면서 병해충이 증가해 면적당 생산량이 감소한 여파다. 복숭아(백도 10개)와 멜론(1개)도 각각 2만3097원, 1만76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3%, 21.7% 올랐다.


기후 위기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이제 ‘상수(常數)’가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내놓은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첫 문장에서 “최근 기후변화가 거시경제, 특히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적시할 만큼 기후 변화로 인한 물가 상승은 국민 경제와 떼놓을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온상승은 단기적으로 국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에 한 시민이 땀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는 경우 농산물가격 상승률은 0.4~0.5%p,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점진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온난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1℃ 기온상승 충격이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한 결과, 1년 후 농산물가격 수준은 2%,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분석 결과를 이용해 중앙은행 기후리스크 연구 협의체인 NGFS의 향후 탄소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 영향을 계산한 결과, 기후변화 영향으로 2040년까지 농산물가격은 대략 0.6~1.1%, 전체 소비자물가는 0.3~0.6%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더해 글로벌 기후변화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간접효과까지 고려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국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기후변화는 단기적인 물가 상승 압력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높이고 변동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세계적인 기후리스크에 대한 공동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국내 기후환경에 적합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등에 힘쓰고 중앙은행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가격 변동이 전반적인 물가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한하다던 바다, 어쩌면 아닐 수도…[기후 침공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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