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보여주고파”…슈, 어두운 터널 지나 찾은 목표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0.04 09:44  수정 2025.10.04 09:44

8년 간의 긴 공백기 끝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대중들과의 소통을 시작한 그룹 S.E.S 슈가 담담하게 어두웠던 시기를 돌아봤다. 지금도 유튜브 채널의 댓글도 확인하지 못할 만큼 조심스럽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솔하게 공개하며 ‘인간’ 슈로 ‘다음’ 챕터를 그려나갈 생각이다.


슈는 최근 유튜브 채널 ‘인간 댓(That’s) 슈’를 개설, ‘왜 8년 만에 돌아왔나요’를 통해 지난 8년 공백기를 돌아보는가 하면 병풀밭에서 일하는 노동 현장을 공개해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가족들과 만나는 일상부터 그때 그 시절 팬 문화를 돌아보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공감을 이끌고, 추억을 상기시키고 있다.


지금은 팬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엉뚱하면서도 소탈한 그의 일상에 몰입하는 시청자도 생겨났지만, 그가 쉽게 채널을 개설한 건 아니다. 묵직한 내용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공개하는 가벼운 시도였음에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굳이 그래야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유튜브 팀의 작가님, PD님과의 인연이 깊다. 그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도전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해주더라. 용기를 얻었다.”


부담감, 걱정 대신 선택한 ‘솔직함’에 대중들도 호응했다. 남편과 떨어져 살되, 아이의 부모로 또 인생 동반자로 ‘따로 또 같이’ 하는 삶에 대해 ‘이혼’, ‘별거’를 언급하며 불화설을 제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으나, 낯설지만 새로운 방식에 응원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슈 또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신경쓰기 보다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겼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어떤 것에 대해 반박하지도 않고, ‘저 아니에요’라고 강하게 이야기를 하지도 못한다. 그냥 넘어가는 편이다. 지금은 이것을 긍정적으로 ‘내가 이런 것에 힘들어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힘든 일을 겪고 나서부터는 ‘순리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것들이, 그대로 담긴 영상이 될 것 같다.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우리의 모습이 이혼에 대해 고민하거나, 갈등 중인 부부가 봤을 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거리감’도 나쁘지는 않다. 저는 지금 만족한다. 이런 것을 두고, 이혼, 별거로 규정짓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



이러한 성격 탓에 연예계 활동이 쉽지는 않았다. 논란으로 인해 활동을 멈췄을 때도, 또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며 정제된 모습을 보여야 했을 때도 마냥 행복할 수 없었던 이유다. 긴 시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지금은 ‘좋아하는’ 것을 ‘알차게’ 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슈는 현재 화장품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며, 자신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취득한 코칭 자격증을 바탕으로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청소년 대상 강연을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등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 그렇게 순환이 되면서 열정 있는 사람들과 모이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심장이 떨린다. 나는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에 푹 빠지는 것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동안 몰입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이 살았던 것이다. 그땐 그냥 ‘이래야 하는구나’ 했다면,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겨 몰입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제안받은 영화를 비롯해 연예계 활동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두고 있다. 아직 먼 계획이지만, 예술가들이 모여 함께 활동하고 또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일과 일 사이, 한계를 두지 않고 부지런히 영역을 넘나들며 창의성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다.


“드라마를 봐도 봤던 걸 다시 곱씹는 편이다. 연기자들의 연기를 보며 호흡을 다시 보기도 하고, 내가 꽂힌 것은 여러 차례 돌려보며 장면을 캡처하기도 한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시간이 아닐 수 있게 노력한다. 자는 시간 빼고는 계속 ‘어떻게 해야 될까’ 아이디어를 짜보고 있다. 내가 그런 시간을 즐거워했던 사람이라는 걸 지금 깨닫고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걸 너무 좋아하고, 그걸 다시 느꼈다.”


자신의 영상, 혹은 여러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은 물론 팬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오랜만에 팬과 소통하며 새삼 뭉클함을 느꼈다는 그는, 함께 나이 들어가는 팬들을 위해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갈 계획이다.


“이제는 다들 차장이 되기도 하고, 직급은 잘 모르지만 모두가 어른이 돼 열심히 일하고 있더라. 유튜브도 그렇지만, 이제는 옛 추억을 나누는 팬이자 가족이 됐더라. 성격상 팬미팅을 하거나, 다른 언니들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는 편이 아니라 만남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강의를 하며 팬을 만나다 보니, 지방에서 올라와 나를 봐주는 것이다. 다들 눈이 반짝거리는데, 그걸 보며 이제는 동반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떤 것을 보여주고, 또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봤던 사람으로서 이제는 솔직하게 다가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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