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임시완, 잔인한 킬러 뒤에 심은 온기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0.05 14:35  수정 2025.10.05 14:35

임시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마귀’로 액션 장르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 길복순’의 세계관을 이어받아 주연으로 나선 그는, 냉철한 킬러들의 세계 속 MZ 킬러 한울 역에 인간적인 결을 더하며 배우로서 또 다른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사마귀’는 모든 룰이 무너진 살인청부업계에 긴 휴가 후 컴백한 A급 킬러 사마귀(임시완 분)와 그의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 재이(박규영 분) 그리고 은퇴한 레전드 킬러​ 독고(조우진 분)가 1인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대결을 그린 액션 영화로 지난 9월 26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70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에 등극했다.


‘사마귀’는 ‘길복순’의 세계관을 확장한 스핀오프이지만, 임시완에게는 낯선 제안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전작 촬영 당시부터 변성현 감독을 통해 ‘사마귀’라는 캐릭터를 처음 접했고, 이후 언젠가 완전한 형태로 만날 것을 예상했다. 출연이 확정된 뒤 임시완은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촬영 전 그동안 여러 가지를 준비했고 그중엔 복싱과 킥복싱도 있었어요. ‘이걸 이제 쓸 수 있겠구나’ 싶었죠. 다만 막상 무기가 낫으로 바뀌어서 좀 당황스러웠어요.(웃음) 그래도 도구가 생긴 뒤엔 매일 액션스쿨에 들고 다니며 연습했어요. 익숙하지 않은 무기는 결국 연습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액션의 결을 설계할 때 임시완은 단순히 동작의 정확함보다, 캐릭터가 가진 태도와 리듬에 집중했다.


“저는 낫을 ‘휴대성이 좋은 무기’, 마치 스위스 아미 나이프처럼 언제든 전투에 대비된 캐릭터로 생각했습니다. 사마귀가 왜 A급 킬러인지 영화 속에서 직접 보여지지는 않지만, 저는 싸움 장면에서 ‘자신감’을 중심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여유로운 농담이나 느긋한 태도 같은 게 그 자신감의 표현이었죠.”


상대역 박규영과의 연기는 장면의 긴장감만큼이나 호흡이 중요했다. 임시완은 촬영 전부터 감정의 방향을 공유하며, 두 인물이 같은 온도로 움직이길 바랐다.


“규영 씨와는 ‘서로 처음부터 좋아한다는 설정으로 의심하지 말자’는 합의를 했어요. 액션스쿨 출석률이 제일 높았던 배우라 정말 성실했습니다. 저도 그 덕분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어요.”


‘사마귀’를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액션보다 멜로에 가깝다’는 평이 나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임시완은 이 같은 의견을 부정하기보다, 자신이 해석한 한울의 감정 결을 설명했다.


“‘사마귀’의 중심은 액션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적인 감정이 있습니다. 한울은 킬러지만 동시에 인간이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인간다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이를 향한 한울에 대한 마음은 복잡하게 해석하지 않으려 했어요. 단순하게 ‘처음 마음을 열게 된 사람’으로 받아들였죠. 그래서 그들의 싸움도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사랑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후반 임시완, 박규영, 조우진의 1대 1대 1 액션신은 '사마귀'의 하이라이트다. 세 인물이 동시에 맞붙는 형태 자체가 드물고, 그만큼 합의 정밀함과 감정의 밀도를 함께 요구한다.


“1대1대1 액션은 정말 어려웠어요. 무술감독님조차도 ‘이런 구도는 처음’이라고 하셨을 정도예요. 세 배우 모두 오래 연습했고, 촬영은 약 2주가 걸렸습니다. 다들 파스를 붙이고 멍든 채로 찍었죠. 얼굴이 찔리거나 무릎이 까지는 건 기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장면을 찍을 때는 각자 감정에 몰입하느라 따로 지내기도 했어요. 평소엔 서로 장난치던 사이였는데, 그 시기엔 ‘침묵의 시간’이었죠.”


‘길복순’의 히로인 전도연이 ‘사마귀’에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임시완은 전도연과 함께 연기한 순간을 두고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하며 함께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비상선언’에 같이 출연하기는 했지만 연기하는 장면은 적었거든요. 전도연 선배님이 ‘사마귀’를 빛내주시기 위해 출연해주신 상황에서 ‘이 장면은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요?’ 같은 질문을 드리는 건 오히려 숙제를 안겨드리는 일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먼저 혼자서 서사를 만들어두고, 선배님이 편하게 집중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뜨거운 시너지를 보여줬던 설경구와의 짧은 재회 장면은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겼다. 일부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이전 작품의 잔상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에요. 언젠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오마주를 더 강하게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습니다.”


‘비상선언’과 ‘오징어게임’ 등 악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임시완은 향후 차기작은 다른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악역을 자주 하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요. 당분간은 좀 더 따뜻하고 유쾌한 캐릭터,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를 하고 싶어요. 해외에서는 ‘오징어 게임’으로 처음 저를 알게 된 분들이 많아서, 다른 얼굴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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