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돌발 변수' 경계…李정부, 외교력 시험대
'트럼프·시진핑' 주목, '北 카드' 신경전 벌일까
한반도 외교 격랑 예고…미북 당일회담 가능성도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지 주목된다.
북한과 중국이 '반(反)서방' 협력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중 정상회담도 크게 성과를 거두면서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가능성과 군사협력 고도화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미가 이달 APEC을 계기로 안보 협력 수위를 더욱 고도화하면서 동북아 지역에서는 '안보 딜레마'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밀착하는 北中 속 동북아 외교 판도 주목
북중 관계는 점차 복원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중국중앙(CC)TV·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중은 운명을 같이한다"면서 "북한과 고위급 왕래 및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이해와 우의를 심화하고 싶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도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북중 우호는 변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최근 북한과 중국이 베이징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전략적 밀착'을 극대화할지 주목된다. 지난달 29일 조선중앙통신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전날 "국제 및 지역문제와 관련한 깊이 있는 의견교환이 있었으며 완전한 견해 일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도 왕 부장이 "조선(북한)과 함께 국제·지역 사무에서 협조와 호흡 맞추기(配合)를 강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북중 양측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제를 논의했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핵화 문제는 빠졌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비핵화 문제는 이달 초 북·중 정상회담 때와 같은 흐름인 모양새다.
대북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면서 이른바 '북한의 진정한 친구'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1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나와 관심이 쏠린다.
정상 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만나 심도있는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여기서 '북한 카드'를 두고 미중간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사람은 지난달 약 3시간 동안 통화하며 탐색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6년 만의 직접 대면이 이뤄질 경우, 미·중 간 동북아 세력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이 평양을 거쳐 서울을 방문하는 시나리오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019년 당시 일본 오사카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G20 때 예정됐던 미중·한중 정상회담 등에 앞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부각하려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반도 평화 역시 올해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이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북핵 문제 등 안보 의제가 APEC의 본래 의제는 아니지만,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이 곧 경제와 무역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내세운다면 긍정적인 물꼬를 틀 것으로 분석된다.
'10월의 이변' 한반도 평화로 다가올까
외교 소식통은 5일 "한반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가오는 APEC이 한반도 안보 정세의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미 대선 목전에 판세를 흔드는 '10월의 이변'이라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다만 한반도 정세에서도 간헐적으로 이 표현이 등장해 왔다. 2004년 9월 북한 양강도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을 당시 미국 언론이 이를 핵 시설 연계 가능성과 연관 지으며 10월 핵실험의 전조로 지목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움직임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미·북 정상 간 회담 재개 여부다.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 위원장이 최근 비핵화 조건부로 '미국과 마주 설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이다.
관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한국에 입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 참석에 앞서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 미일 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이 모두 주목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남 여부가 한반도 평화를 두고 봤을 땐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가 한국 방문 중 깜짝 회동을 추진할 경우 '당일치기 회담'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낮지만 10월은 한반도 외교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달"이라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 각국 정상들과의 구체적인 일정 등을 파악·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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