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까지 대학로 NOL유니플렉스 1관
선천적으로 뇌의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알렉시티미아’(감정표현불능증)를 앓는 소년,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자신의 상처를 끊임없는 헤집는 소년. 아픔을 정반대의 방식으로 마주하는 두 소년의 이야기가 다시 관객과 만난다.
2022년 초연 당시 문학과 무대의 성공적인 만남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뮤지컬 ‘아몬드’가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개막한 공연은 손평원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국내에서만 150만부 이상 판매되고, 세계 30대국에서 번역 출간된 명성에 힘입어, 초연 당시 관객 평점 9.5점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성중을 동시에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재연은 작품 전반에 걸친 수정을 통해 한층 더 깊어진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제작진은 원작 소설이 지닌 서사의 힘을 무대 언어로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배우 구성과 활용 방식이다. 출연 배우를 초연 12명에서 8명으로 축소하여 각 인물의 밀도를 높였다. 특히 주인공 윤재를 제외한 모든 배우는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일인다역’을 수행한다. 이들은 단순히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윤재의 회고록을 읽는 ‘독자’ 혹은 ‘관찰자’의 역할을 겸한다.
때로는 무대 위 사건에서 한 발짝 물러나 윤재의 마음속 생각을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며, 관객이 윤재의 시선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돕는 극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감정을 직접 표현할 수 없는 주인공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연출적 선택이다.
음악 또한 재정비를 거쳤다. 작곡과 음악감독을 겸한 이성준 감독은 일부 넘버를 새롭게 편곡하여 캐릭터의 감정선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감정이 배제된 윤재의 넘버는 건조하고 기계적인 선율로, 통제 불가능한 분노를 표출하는 곤이의 넘버는 강렬한 록 사운드로 표현하여 두 인물의 극명한 대비를 청각적으로 완성했다.
무대 연출 역시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무대를 헌책방으로 구상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치면서 윤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고, 그 책을 함께 읽는, 혹은 윤재의 머릿속 세계를 상징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조명과 영상 역시 그의 삶에 등장하는 여러 공간과 심리적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감정을 잃어버린 소년과 온몸으로 감정을 뿜어내는 소년의 만남은 그 자체로 무대 위에 팽팽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정해진 답을 제시하기보다, 두 인물의 충돌과 미세한 변화의 과정을 관객이 목격하게 함으로써 ‘공감’과 ‘이해’의 의미를 스스로 곱씹게 만든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 역은 문태유·윤소호·김리현,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곤이 역은 윤승우·김건우·조환지, 맑은 감성을 가진 소녀 도라 역은 김이후·송영미·홍산하가 연기한다. 이 외에도 엄마 역에 금보미·이예지, 할머니 역에 강하나·허순미, 심박사 역에 이형훈·안창용, 윤교수 역에 김보현·송상훈, 멀티 역에 김효성·김현기가 출연한다. 공연은 12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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