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정상, 판문점서 만남 기대 '솔솔'…여전히 '키맨'은 김정은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0.21 00:05  수정 2025.10.21 00:05

트럼프, 또 한번의 '깜짝 회동' 기대감…'즉흥성' 변수

'판문점 특별견학 중단'에 대통령실 "북미대화 지지"

北반응 관심…APEC 정상회의 전 긍정 메시지 나올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이 가시화하면서 미북대화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북 간의 실질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깜짝 외교' 성향과 APEC 기간 판문점 특별견학 중단 등의 이유로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APEC 전 北 '미북대화' 가능성 높아지나

미국 CNN 방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일정을 둘러싸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비공개로 논의해 왔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다만 실무 준비(logistical planning)가 이뤄진 것은 아니며 북한과의 사전 접촉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APEC을 계기로 미북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성'도 변수다. 그는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함께 한 '깜짝 회동'을 불과 32시간 전 트위터 제안으로 성사시킨 전례가 있다. 당시 미북은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직통전화로 의견을 교환하고, 밤샘 실무 접촉을 벌이며 단숨에 만남을 조율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 제안을 던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 "미국 정부가 기회가 되면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우회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북한이 어떠한 반응을 할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우리도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이후, 대미 자극 발언을 자제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APEC 개막이 다가오면서 미북대화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자, 북한이 조만간 형태를 불문하고 입장 표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직접적인 접촉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APEC 기간 중 북미 정상 간 만남이 현실화되긴 쉽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막판까지 '깜짝 변수'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한미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면서 "한미는 북미대화를 포함하여 대북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판문점 견학 중단…김정은·트럼프 손잡을까
군사분계선 지키는 국군 장병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미북대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판문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엔군사령부와 통일부가 APEC 정상회의에 즈음해 외부 인사의 판문점 특별견학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나 미북 정상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0월 말에서 11월 초에는 통일부가 실시하는 판문점 특별견학은 없다"며 "판문점 자체가 유엔사가 관할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특별견학에 대한 모든 권한은 유엔사가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출입은 유엔사의 조율 아래 통일부가 내국인 '정책 고객' 등을 대상으로 특별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만약 통일부가 민간인 견학을 시행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 셈이다. 유엔사도 해당 기간 외국인 대상 특별견학을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도 "가정적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JSA 출입은 안전 확보와 원활한 협조를 위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유엔사와 통일부가 판문점 특별견학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조치가 단순한 안전 관리 차원을 넘어선 정세 대응형 조치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APEC 참석이 확정되면서, 미북 간 예기치 못한 접촉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다만 북한 당국에서의 미북대화 관련 메시지가 일절 나오지 않고 있어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 계기로 미북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면서 "(유엔사 판문점 특별견학 중단 조치가) 미 측의 일방적 조치이며 오히려 북측을 움츠리게 만드는 요소라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결국 미북 정상 간의 회동의 '키맨'은 김 위원장인데, APEC 정상회의 등 임박한 상황에서 이뤄지기 쉽지 않은 셈이다.


한편 이번 특별견학 중단 조치는 미북 대화의 불씨를 의식한 예방적 통제이자 APEC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을 최소화하려는 안보 차원의 선제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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