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 급등 속 저가커피 홍수”…프랜차이즈 커피, 가격 인상 ‘눈치게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10.23 06:49  수정 2025.10.23 06:49

아라비카 원두 58% 치솟아…커피업체 직격탄

수익성과 소비자 민감도 사이서 본격 고민

저가 커피 브랜드 급증…해외 진출로 수익성 방어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일회용 컵이 놓여 있다.ⓒ뉴시스

프랜차이즈 커피업계가 커피 가격 인상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원두 조달에 대한 부담이 한층 높아졌지만, ‘가성비 커피’ 시장에 새 브랜드가 끊임없이 이어짐에 따라 원가 부담과 가격 인상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다.


수익성과 소비자 민감도를 모두 의식해야 하는 업계는 사실상 ‘가격 인상 눈치게임’에 들어갔다. 누가 먼저 가격을 올리느냐에 따라 소비자 이탈과 시장점유율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다양한 인상 압박을 느끼면서도 가격 조정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1년 새 58% 올랐다. 브라질과 베트남의 장기 가뭄, 인도네시아의 비 피해로 원두 생산량이 감소하면서다. 여기에 미국이 원두 주 생산지인 브라질에 50% 과세를 부과하며 원두 가격은 더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원가 상승은 커피 프랜차이즈 전반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원두는 커피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원두 원가 비중이 전체 원가의 절반 가까이라, 원두가 50~60% 오르면 전체 제조원가가 단숨에 몇 십퍼센트 뛰어오른다.


하지만 업계는 원두 가격이 치솟아도 가격을 조정하기 쉽지 않다. 원두와 인건비 등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커피가 대표적인 생활 필수 소비재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한 잔에 100~200원만 올라도 ‘물가 상승의 상징’으로 지목되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특히 저가 커피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기준이 2000~3000원대에 고착된 상황에서 ‘가성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도 적지 않다.


그나마 스타벅스, 이디야, 컴포즈, 더벤티 등 대형 프랜차이즈는 자체 로스팅 시설을 보유하거나 글로벌 단위로 대량 수입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원두를 개별 구매·로스팅하는 중소 프랜차이즈나 개인 창업 브랜드는 원가 부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커피업계 관계자는 “커피값을 올리면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 할 수 있어 선뜻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브랜드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컴포즈커피 매장 모습.ⓒ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가 커피 시장은 여전히 확대 중이다.


일례로 본그룹은 한식에서 외식, 외식에서 디저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최근 커피 브랜드를 론칭했고, 롯데GRS 역시 저가 커피 브랜드 ‘스탠브루(Stanbrew)’의 가맹점 모집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1만5692개로 4년 전(7914개)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메가커피는 지난해까지 3420개 매장을 열었고, 컴포즈커피는 2772개로 전년(2361개)보다 17.4% 증가했다. 빽다방은 전년 대비 18.1% 늘어난 1712개로 집계됐다.


문제는 가맹점 수가 급증하면서 본사 수익성은 크게 개선된 반면, 가맹점의 매출과 수익은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그 사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폐업률 역시 2.2%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 업계도 저가 커피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저렴한 커피 가격과 편의점 인지도를 발판 삼아 경쟁적으로 배달 사업에 뛰어든 뒤 순식간에 골목 구석까지 점령해 나가고 있다. 도시락·즉석식품·생필품 등 생필품 묶음 배송을 내세우는 중이다.


이처럼 저가 커피 시장이 확대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현대인들의 커피에 대한 인식 변화로 소비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위기 속에 직장을 그만둔 근로자가 먹고살기 위해 창업에 나선 이른바 ‘불황형 창업’이 영향을 미쳤다.


쉽게 말하면, 커피전문점은 다른 창업과 비교해 별다른 자격증이나 기술이 필요 없고, 소규모 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등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인식이 ‘한 집 건너 카페’ 현상을 불러온 것이다. 1억원대 투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고, 매장을 여는 데 한 달이 걸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시장의 판이 커지기보다는 한정된 파이 나눠먹기 경쟁에 불과하게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커피전문점 점포 수 증가에 따른 총 매출액은 늘어났지만 개인 사업자가 버는 월평균 수익은 감소하는 중이다. 커피 업계는 별도 출점 제한을 받고 있지 않다.


자율 규약 도입 말고는 정부가 강제로 출점을 제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가 지난 2012년 ‘모범 거래 기준’을 설정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대해 500m 출점 제한을 도입했다가 “기업 활동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2년 만에 폐지한 전례도 있다.


국내 시장 포화로 덩치가 큰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메가커피는 지난해 5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해외 첫 매장을 열었다. 현재까지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캄보디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저가 커피 시장이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만큼, 앞으로는 해외 시장 진출이나 브랜드 차별화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가격 경쟁 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고, 원두 품질이나 디저트 결합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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