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틀’을 깨다…북스피어가 전하는 책의 ‘재미’ [출판사 인사이드⑪]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0.25 11:28  수정 2025.10.25 11:28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재미’로 승부 보는 ‘장르물 맛집’ 북스피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북스피어가 출판사를 소개하며 적어둔 문구다. 2005년 ‘아발론 연대기’를 시작으로 ‘이와 손톱’, ‘N’ 등 다양한 분야의 소설로 독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해 왔다.


특히 ‘고양이의 참배’, ‘얼간이’ 등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선보여 독자들에게 ‘장르물 맛집’으로 통하는 등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마니아층을 형성 중이다.


김홍민 대표는 ‘즐거운’ 책을 통해 독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곧 독자들과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다.


학창 시절, 권장도서 목록에 포함된 ‘읽어야 하는’ 책을 읽으며 어려움을 느꼈었다는 김 대표는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의 어학 공부법은 완전히 추리소설 덕이었다. 추리소설이나 스파이 소설은 끝까지 읽지 않으면 재미가 반으로 줄어드니까 단어를 모르는 곳이 있어도 사전을 찾다가는 흥이 깨지게 되니 그런 곳은 제쳐두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을 몇백 권 계속하면 제아무리 난공불락인 언어라도 익숙해지는 법. 어느새 공부가 된다.’라고.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은 지구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일단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주게 된다”라고 말했다.


좋은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책의 성격과 어울리는 마케팅으로 흥미를 배가하는 등 ‘재미’가 소신인 북스피어만의 노력도 있었다.


김 대표는 빌 밸린저의 대표작 ‘이와 손톱’을 출간한 경험을 언급하며 “일반적으로 추리소설은 맨 마지막 결말 부분에 범인이 나오지 않나. 그래서 당시 결말 부분을 봉한 뒤 봉한 부분을 뜯지 않고 가져오면, 즉 결말을 읽지 않아도 좋다는 독자라면 책값을 돌려준다는 마케팅을 한 적이 있다. 봉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문제집을 사면 맨 뒤에 있는 정답을 볼 수 없도록 접힌 답안지가 있었는데 그 방식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손톱’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는데, 알고 보니 많은 독자들이 대개 책을 두 권씩 구입했더라. 한 권은 봉인된 부분을 뜯어 내용을 읽어야 하고, 다른 한 권은 결말이 봉인된 상태 그대로 보관해 두었더라”라며 “저는 이런 책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 유럽에서 만난 ‘블라인드북’, ‘어떻게’ 접목할까…새로움 위한 계속되는 고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마니아들에게는 깊은 만족감을, 일반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유럽의 한 서점에서, 태프들이 엄선한 작품이 제목과 저자의 이름이 가려진 채 진열된, 일명 ‘블라인드북’을 접한 뒤 이를 접목해 ‘색다른’ 출간을 시도하는 등 북스피어만의 ‘개성’ 배경엔 김 대표의 ‘열린’ 시도들이 있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서점에서 블라인드북을 만난 뒤 “이를 출판사에서는 어떻게 시도해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던 출판사들과 책의 제목을 가린 채로 6주 동안 판매해 보는 ‘다른 방식’의 출간을 시도했다고. 이것이 6주 동안 2만부 이상이 팔리는 성과를 경험했다며 “책을 사지 않는 사람은 사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다른 모든 업종과 마찬가지로 출판사도 계속해서 새로운 독자를 늘리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 ‘책을 알리기 위한 작은 수법’을 계속해서 시도해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한 미치오 슈스케의 ‘N’를 통해선 ‘읽는 사람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기이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렇듯 새롭지만, 그래서 색다른 재미가 있는 시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얼마 전에 외국에서 ‘딱 2장으로 구성된 추리소설인데 1장을 먼저 읽으면 주인공이 죽는 결말, 2장을 먼저 읽으면 주인공이 사는 결말이 되는 작품’이 출간됐다고 해 오퍼를 넣었다”고 귀띔해 북스피어가 시도할 ‘틀을 깨는’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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