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신뢰 회복, 감독 일원화가 답이다 [기자수첩-금융]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10.29 07:02  수정 2025.10.29 07:02

국감 소환된 상호금융 회장들…내부 통제·건전성 관리 뭇매

이찬진 발언에 '감독권 일원화' 재점화…행안부와 힘겨루기?

제각각 감독체계 사고 예방·대응 어려워…내부 병폐 반복돼

사전 예방 중심 감독체계로 나아가야…떠나간 신뢰 되찾아야

상호금융기관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예방할 수 있는 관리·감독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AI이미지

올해 금융권 국정감사의 핵심 타깃은 상호금융권이었다. 농협·신협·수협 등 3개 기관의 중앙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이 자리에서 내부통제 부실과 잇따른 금융사고 실태가 속속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상호금융권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감독권을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면서 '감독 일원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기존 협의 기조에서 '감독권 사수'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면서, 감독권을 둘러싼 부처 간 힘겨루기가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 원장은 "행안부가 감독체계 일원화와 관련해 입장을 좀 달리하는 것으로 최근에 바꾼 것 같다"고 언급했다.


상호금융권의 건전성 지표는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실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연체율은 6.88%로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뛰었고, 새마을금고는 8.37%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전성 악화 속에 금융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다수의 금고·조합에서 직원 횡령, 대출 브로커 연루 등 내부 통제 실패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신협이 특혜성 저리 대출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10억원 이상 대출 중 금리가 0%인 건이 4건, 1%대 대출이 15건에 이르렀다. 심지어 이를 내부 제보한 직원을 면직 징계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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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의 PF 부실, 수협의 대출 특혜 등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융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지만, 허겁지겁 '뒷북 점검'에 나서는 관행은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상호금융권 사고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기관별로 제각각인 감독체계에 있다.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신용사업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관리하고, 경제사업은 단독으로 맡는다. 농협·수협·산림조합은 금융위원회가 신용부문을 관할하지만, 경제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 등이 나눠 맡는다.


동일한 금융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감독·제재 체계는 제각각인 셈이다. 감독 주체가 다르다 보니 사고 예방과 사후 대응 모두 일관성이 떨어진다. 문제 발생 시 어느 기관이 나서야 하는지조차 불명확해 감독 사각지대가 생기고 결국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은행보다 대출 리스크는 크지만, 규제 수준은 오히려 느슨하다"며 "감독 사각지대에 놓이다 보니 내부 병폐가 반복되고 있다. 상호금융도 은행과 동일한 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통합된 감독체계 아래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제는 사후 점검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통합 감독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감독권 일원화는 단순히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문제가 아닌, 상호금융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감독권을 둘러싼 갈등과 힘겨루기에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떠나간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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