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LNG 회복으로 3분기 흑자전환
배터리 부문은 미국 수요 둔화 속 ESS로 돌파구 모색
SK온–엔무브 합병 통해 기술 시너지 본격화
리밸런싱·자산유동화 병행해 재무 안정성 강화
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 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 캡처
SK이노베이션이 3분기 정유·LNG 등 전통 사업 회복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부문은 미국 수요 둔화와 관세 부담으로 적자가 이어지자,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현지 생산라인 전환과 SK온–엔무브 합병 시너지를 기반으로 독립 생존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31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73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0조5332억원으로 16.3% 증가했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이날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석유·LNG 등 주력사업 회복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며 "ESS 사업 확장과 합병법인을 통한 시너지로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분기별 실적. SK이노베이션 IR 자료 캡처
사업별로는 석유사업이 정제마진 개선과 유가 상승 효과로 영업이익 3042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회복을 견인했다. 화학은 벤젠·올레핀 시황 약세에도 파라자일렌 스프레드 개선으로 적자폭을 줄였고, 윤활유사업은 성수기 수요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효과로 영업이익 1706억원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정유 부문에서 OPEC+ 증산에 따른 유가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해 정제마진은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화학은 PX 공급 감소로 일부 개선 요인이 있으나, 벤젠 시장 불확실성과 수요 회복 지연으로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활유는 비수기 진입에 따라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 화학 부문 실적. SK이노베이션 IR 자료 캡처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정부의 정유 공급 구조 개편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비효율 정유소(티팟) 중심의 구조가 대형·고효율 설비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봤다. 중국 정유산업 역시 이런 개편의 적용 대상이며, 이미 수출 중심 구조로 전환된 상태에서 비효율 자산은 점차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한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장(COTC) 기반의 신규 설비 증설이 진행되는 만큼, 석유화학 중심으로 수요 구조가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영규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시장에서는 내년 3월 열릴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구체적인 공급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설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양산에는 유리해 보일 수 있으나 중국은 EV나 LNG 트럭의 확대로 가솔린, 디젤 수요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아 단순한 유불리를 말하기는 어렵고 정유설비 폐쇄 속도에 따라 시장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 실적. SK이노베이션 IR 자료 캡처
반면 배터리사업은 매출 1조8079억원, 영업적자 1248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다만 SK온 통합 기준으로는 179억원 흑자를 달성, 2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규모는 3분기 기준 1731억원, 올해 누적 6173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에서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와 신규 공장 초기비용 부담으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ESS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전현욱 SK온 재무지원실장은 "미국 보조금 폐지와 관세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가 둔화돼 단기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 중심의 ESS 사업 확장으로 수익성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와 1GWh 규모의 LFP 배터리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6.2GWh 규모 추가 프로젝트의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플랫아이언 외에도 다수의 고객들과 최대 10GWh 이상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납품되는 ESS 제품은 기존 전기차 생산라인을 전환해 생산할 계획이다. 신규 공장 건설보다 기존 라인 전환으로 CAPEX 부담을 최소화하며 2026년 하반기부터 미국 현지에서 LFP 파우치형 ESS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SK온 컨테이너형ESS제품. ⓒSK온
타사 대비 ESS 경쟁력에 대해서는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기반 화재 조기 예측 설루션, 운영 비용 최적화 괌점에서 통합 모듈 설계 등 당사만 설루션 패키지를 제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동시에 액침 냉각 기술 등을 화재 확산 방지 설루션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건 SK온 경영기획실장은 배터리 소재 관세 부담과 관련해 "미국 관세 정책 영향은 EV뿐만 아니라 ESS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자동차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수요 감소 또는 OEM 및 고객의 수익 저하 등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EV 부문에 대해서는 "당사 또한 현지 생산을 위한 전체 공급망 운영상 관세로 인한 단기적인 코스트 영향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며 "배터리 밸류체인 내에서 리스크 셰어링을 통해 손익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추진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11월1일 공식 출범하는 SK온–엔무브 합병법인을 통해 배터리와 윤활유 사업 간 기술 시너지를 본격화한다. 이와 함께 액침 냉각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 및 ESS용 냉각 설루션 개발을 추진하며 배터리사업의 독립 생존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배터리 액침 냉각 매출은 2030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미 발표한 2025년 약 9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기준으로, 리파이낸싱을 제외한 추가 차입이나 신규 자금 조달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SK온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향후 투자 규모는 점진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자산 유동화를 병행해 재무 안정성과 기업가치를 높여가겠다"며 "배터리 부문은 북미 ESS 중심으로, 전통사업은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 속에서 최적 수준의 설비 가동 및 운영 최적화를 통해서 수익성 개선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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