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접전 끝에 210번째 출전서 첫 우승
부친 김용희 감독에 대해 "신과 같은 존재"
부친의 유니폼 입고 우승 세리머니 펼친 김재호. ⓒ KPGA
40대 나이에 생애 첫 승을 거둔 김재호(43, 우성종합건설)의 우승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김재호는 2일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페럼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다.
4라운드까지 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를 기록한 김재호는 이유석, 황중곤, 최진호와 타이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서 김재호의 세컨드 샷은 경쟁자들비해 핀과 가장 먼 곳에 위치해있었다. 하지만 회심의 아이언 샷이 핀과 가장 가깝게 붙었고 챔피언 퍼트를 버디로 연결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김재호는 지난 2008년 KPGA 투어에 데뷔해 우승 한 번 없이 2012년과 2019년 두 차례 2위가 개인 최고 성적이다.
올 시즌도 최고 성적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의 공동 10위일 정도로 성적과 관련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오히려 김용희 전 롯데 감독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골프팬들에게 더 익숙했던 김재호다.
210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 게다가 43세 9개월 4일 나이의 우승은 KPGA 투어 역대 최고령 첫 우승 기록이다. 그만큼 감동이 짙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골프를 묵묵히 지원해준 부친 김용희 감독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은 김재호다.
실제로 김재호는 3라운드 당시 이벤트홀로 펼쳐진 16번홀(파3)에서 김용희 감독의 이름이 새겨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게다가 등장곡은 롯데의 응원곡인 ‘영광의 순간’을 택했다. 홀 4.77m 옆에 티샷을 떨어뜨린 김재호는 침착하게 버디를 성공시켰고 팬들에게 골프공 서비스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소통에 앞장섰다.
김재호는 이에 대해 “원래 이벤트를 못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렉서스코리아에서 많은 준비를 했고, 나 또한 KPGA 투어와 대회 흥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시도했다”며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 이전까지는 나만의 캐릭터가 없었다. 나이가 있어 ‘낭만’ 밖에는 캐릭터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 아내와 상의해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호. ⓒ KPGA
김재호에게 부친 김용희 감독은 어떤 존재일까.
김재호는 우승 후 방송사 인터뷰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없다. 모든 것이 아버지 덕분이다. 나에겐 신과 같은 존재다. 감사하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재호는 이번 첫 우승을 동력으로 삼아 자신의 골프를 계속 이어나갈 전망이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특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어 우승은 힘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해냈다”며 “PGA 시니어 투어를 뛰는 게 목표였는데 큐스쿨이 없어졌다고 들었다. 일본 또는 아시안투어 시니어 무대에 도전할 생각이다. 죽을 때까지 골프 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재호는 이번 우승으로 KPGA 투어 2년 시드를 확보해 2027시즌까지 걱정 없이 골프를 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우승 상금 2억원을 더해 기쁨이 배가 됐다. 김재호의 통산 누적 상금은 12억 8680만원이며 양용은을 제치고 역대 60위에 올라섰다.
김재호와 가족들. ⓒ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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