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우위원칙', 소송 핵심 쟁점…"의결 당시 위반하지 않아"
세운4구역 재개발 탄력 붙을 전망…'종묘 앞 142m 건물' 관심사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협의 없이 국가유산 보존에 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은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 청구를 기각해 사실상 서울시 및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지방자치단체 조례안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다.
문화유산법(옛 문화재보호법)상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유산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해야 한다. 이에 따른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는 보존지역 범위를 '국가지정유산의 외곽경계로부터 100m 이내'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3년 10월 해당 조항이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보다 포괄적인 과도한 규제라며 '보존지역 바깥쪽'에서의 건설공사를 규제한 해당 조례 19조 5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문화재청(지금의 국가유산청)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관련 조례를 개정하려면 문화재청장과 협의해야 함에도 서울시의회가 일방적으로 조례를 개정했다며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고 맞섰다.
문화재청장의 요청에 따라 문체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재의를 요구하게 했지만 오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개정 조례가 공포되며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당초 소송 대상인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가 지난 2024년 5월 폐지되면서 '서울특별시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로 대체된 상황에서 해당 조례 개정안 의결의 무효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만약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면 조례 개정이 법령우위원칙(법률이 행정에 우월하며 행정은 법률에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 등이었다.
먼저 대법원은 "이 사건 구 조례가 폐지되었더라도 이 사건 조례안 의결에 대한 무효 선언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 사건 현행 조례의 재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조례안에 대한 의결의 무효를 구할 소의 이익을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서울시의회)가 이 사건 조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이 사건 조례안을 의결하면서 당시 문화재청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법령우위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위법령인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초과하는 지역에서의 지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사항까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했다고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이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추진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당초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변경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한 바 있다.
서울시 측은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 밖에 있으므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화계에서는 재개발로 인해 종묘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서울 중구 순화동에서 열린 '녹지생태도심 선도사업 서소문빌딩 재개발사업' 착공식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해 "종묘를 돋보이게 하고 문화유산을 더 상징적으로 가꿔내고 보존하면서도 도심을 재창조하고 녹지생태도시를 이루는 사업"이라며 "건물 높이를 높여도 종묘에 그늘이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전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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