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신인 배우들을 감독이나 제작사에 추천하기도 무섭다.” 캐스팅 디렉터 A씨의 말이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배우 리스트업과 오디션을 진행하고, 감독·제작사·투자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캐스팅 디렉터는 현장에서 누구보다 신인의 부재를 체감하는 사람들이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A씨는 “예전에는 감독이 신인을 발굴하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지금도 감독들은 최소 얼굴 한 번이라도 보자는 분위기가 있긴 하다. 그런데 지금은 투자 단계에서부터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감독이 마음에 들어 해도 제작사나 투자자가 반대하면 결국 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캐스팅 디렉터 B씨는 “요즘은 신인을 추천하면 제일 먼저 ‘인지도는 없는데 투자 쪽에서 괜찮을까’라는 반응이 나온다”며 “배우의 연기력보다 이미지를 조금 더 우선시하는 점이 아쉽다. 신인을 데뷔시키기엔 현장 분위기 자체가 너무 보수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결국 제작사도 안전한 조합을 택하다 보니 상업영화에서 신인이 얼굴을 알릴 통로가 거의 막혀 있다”며 “좋은 신인을 알고 있어도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매니저들도 신인 계약 자체가 위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매니저 C씨는 “작품 수가 줄어서 오디션 기회가 거의 없다. 신인을 데리고 있어도 보여줄 무대가 없다. 그래서 규모가 크지 않은 매니지먼트에서는 신인 배우와 계약하는 일 자체가 많이 줄었고, 영입에도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인맥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감독이나 제작사 대표와 친한 매니지먼트들이 유리하고, 신인을 필요시 해도 그들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진다. 소속사나 경력이 없는 배우들은 그 틈에 설 자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이 느끼는 현실은 더욱 차갑다. 배우 D씨는 “요즘은 신인일수록 이미지 캐스팅을 하는 것 같다”며 “배우의 가능성을 끌어 내보려는 시도보다 이미지가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우는 “서류에서부터 많은 배우가 걸러져 오디션 기회조차 거의 없다.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상업영화 오디션에 참여한 건 고작 두 건 뿐이었다”며 “대부분은 프로필만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 피드백도 거의 없고, 연락이 없으면 떨어졌다고 생각할 뿐”이라며 “상업영화에서 신인이 데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경력직을 원하는데 경력을 쌓을 곳이 없는 구조가 된 것 같다”며 “독립이나 단편에서 필모를 쌓고 단역으로 연결되길 기다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E씨는 “프로필 사진이나 이력으로는 배우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다”며 “소속사가 없는 신인 배우의 경우, 프로필 지원 외에는 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 정보조차 직접 찾아야 할 만큼 어렵고, 주연이나 괜찮은 단역은 대부분 소속 배우들로 이미 캐스팅이 끝나 있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작품 캐스팅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정보를 늦게, 어렵게 알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큰 진입장벽 같다”고 했다.
캐스팅 디렉터, 매니저, 배우 모두의 목소리는 같은 지점으로 모인다. ‘새 얼굴이 설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캐스팅 디렉터 A씨는 “요즘에는 에티튜드가 더 중요하다”며 “현장에서의 지지도가 중요하고, 오디션에서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욕심 있는 친구들에게 눈길과 기회가 갈 수 밖에 없다. 작은 역할이라도 감독과의 인연을 쌓고, 현장에서 좋은 평판을 남기는 것이 결국 다음 기회로 이어지는 가산점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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