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도 반대하는 ‘새벽배송 금지’…누구를 위한 주장인가 [기자수첩-정책경제]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11.07 07:00  수정 2025.11.07 07:00

현장 기사 93% “새벽배송 제한 반대”

노동계 내부도 엇갈린 ‘새벽배송 금지’

새벽배송 중단시 소비자·산업 혼란 야기

서울시내 한 택배물류센터. ⓒ뉴시스

최근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이른바 ‘초심야 배송’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새벽배송 금지’ 논란에 불이 붙었다.


택배노조 주장의 취지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 방지와 건강권 보호다. 그러나 현장의 많은 택배기사들은 이에 반발하면서 ‘새벽배송 금지’ 제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있다.


쿠팡 위탁 택배 기사 1만여명이 소속된 영업점 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야간 새벽배송 기사 240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93%가 ‘심야배송제한’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교통이 한산하고 주차가 수월하며 근무 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야간 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새벽배송을 일괄 금지시키면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도 야기될 수 있다.


맞벌이 부부, 자영업자, 1인 가구 등이 밤 주문-아침수령에 익숙해지면서 새벽배송은 필수 생활 서비스가 됐다. 2018년 5000억원이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올해 15조원으로 7년만에 30배 늘었다.


새벽배송은 이미 2000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이용하는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농가가 이 시스템에 맞춰 납품과 영업을 이어간다.


새벽배송이 멈추면 물류센터와 냉장창고의 운영 축소, 농산물 폐기, 소상공인 매출 감소 같은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포화상태에 빠진 물류센터 업무량이 주간에 몰리면 현장 시스템도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새벽배송 금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새벽배송 전면금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또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 소비자층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권 보호의 필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방식이 일할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향이어서는 곤란하다. 과로방지는 근무금지가 아니라 인력확충, 휴식보장 등으로 풀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진정 노동자의 편이라면, 현장 기사들이 실제로 원하는 노동 환경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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