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회복, 美 통상 불확실 완화에도…건설투자 위축·수출 둔화 ‘이중고’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11.09 12:00  수정 2025.11.09 12:01

KDI, 경제동향 11월호 발표

선박·항공기, 일시적 급증…반도체 호조세

조업일수 증가에도 건설투자 감소세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미국발(發) 통상 불확실성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경제적 불확실성은 상존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 둔화,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된다고 판단한 결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 위축과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경기 호조세는 유지됐으나 미국 관세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파급되며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 건설투자의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동향에서도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개선된다는 표현이 등장하며 내수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이어졌다. 앞서 KDI는 지난 10월호에서 “건설업 위축으로 낮은 생산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소비 부진은 완화되는 모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9월 소매판매액(-0.4%→2.2%)은 늦은 추석으로 영업일수가 확대되면서 승용차(22.1%) 등 내구재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의 영향으로 일부 등락이 있었으나 3분기 기준으로는 전기 대비 1.5% 증가하며 소매판매의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와 밀접한 숙박·식점업생산(3.2%)도 증가하면서 서비스 소비의 개선을 시사했다. KDI는 “시장금리 하락세,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소비 여건이 개선되는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109.8)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소비 개선에 따라 서비스업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9월 전산업생산(-0.4%→6.7%)은 서비스업 개선, 추석 명절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로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업생산(6.2%)은 도소매, 금융·보험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건설업 부진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업생산(-4.3%)은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감소세를 지속했다.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으로 기업심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전월 급증했던 자동차 생산 및 출하가 조정됐으나 제조업 평균가동률(73.4%)은 연평균(73.2%)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설비투자는 선박·항공기 등이 일시적으로 급증했으나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은 미약한 흐름을 이어갔다. 운송장비(-5.1%→40.1%)는 자동차(35.5%)가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선박과 항공기 등 기타운송장비(-50.2%→40.5%)도 반등하며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KDI는 건설기성의 감소세가 조업일수 확대로 다소 완화됐으나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분석했다. 9월 건설기성(-4.3%)은 조업일수 확대 및 마무리 공사 집중 등 일시적 요인으로 감소폭이 일부 축소됐다.


KDI는 “9월 감소폭 축소는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3분기 국민계정상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로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도체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세가 완만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수출(3.6%)은 추석 명절 이동으로 증가폭이 축소됐으며 명절 영향을 배제한 9~10월 일평균 수출액은 8월(5.7%)보다 낮은 3.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9~10월 일평균 기준으로 반도체(18.0%)의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변동성이 높은 선박(64.4%)이 크게 증가했다.


KDI는 “한·미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미·중 무역 갈등이 다소 완화됐으나 통상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