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차세대 토륨 원자로 세계 첫 성공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5.11.09 07:30  수정 2025.11.09 08:09

中, 2㎿급 실험용 토륨 용융염 원자로서 원전 연료로 변환

토륨 1t은 우라늄 200t과 맞먹을 정도로 에너지 효율 좋아

우라늄 원전과 달리 물 불필요해 내륙·대형 선박에도 설치

토륨을 우라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난도 제어기술 필요


중국과학원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SINAP) 연구원이 간쑤성 우웨이시 민친현의 우웨이 캠퍼스의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에서 샘플 추출 작업을 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차세대 원자로’를 장착해 주목받는 토륨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본격화한다. 중국과학원이 고비사막에 건설한 토륨 용융염(鎔融鹽·고온에서 녹아 액체 상태가 된 소금) 원자로를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토륨을 우라늄 원자력 연료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중국과학원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SINAP)는 지난 1일 중국 서북부 간쑤(甘肅)성 우웨이(武威)시 민친(民勤)현의 고비사막에 건설한 2메가와트급(㎿)급 실험용 ‘토륨 용융염 원자로’(Thorium Molten Salt Reactor·TMSR)에 토륨을 집어넣어 우라늄 원자력 연료로 변환하는데 성공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3일 보도했다.


중국과학원은 “이 원자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토륨 연료를 실제로 투입하고 사용한 토륨 용융염 원자로”라며 “중국의 4세대 원자력 발전에 토대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토륨 활용에 필요한 핵심적 기술지원과 실행 방안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SCMP도 “무한한 핵에너지 공급의 길을 열어 에너지 독립에 이정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토륨(Th)은 방사성 물질이 미량인 은색 금속으로 자연 상태에서는 암석 안에 존재한다. 1750℃에서 녹고 4790℃에서 끓는다. 보통 희토류 금속과 연결돼 있다. 중국의 토륨은 대부분 희토류 채굴 때의 부산물로 원자력 연료 획득 비용을 크게 낮추고 희토류 채굴의 활용 문제도 해결한다. 고강도 합금과 가스등의 백열망, 자외선 광전튜브 등 제작 등에 사용된다.


특히 1t의 토륨은 200t의 우라늄과 맞먹고, 석탄 350만t과 같은 양의 열을 낼 수 있을 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다. 매장량이 천연 우라늄보다 4배나 많은 덕에 원료 조달에서도 용이하다. 세계 토륨 매장량은 최소 1만년 동안 지구에 에너지를 제공해 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세계 매장량(추정치)은 635만 5000t에 달한다.


중국 간쑤성 우웨이시 민친현에 자리잡고 있는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SINAP) 우웨이 캠퍼스 전경. ⓒ 신화/연합뉴스

토륨은 우라늄보다 농축 및 정제가 쉽고 이산화탄소도 배출되지 않아 청정에너지로 꼽힌다. 토륨 발전소는 원자로가 용해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며, 발전을 진행하는 과정 중 원전의 0.6%에 해당하는 방사성 물질만을 배출한다. 토륨 원자로 사용후 핵연료의 83%는 10년 내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나머지 17%도 500년 이내 석탄 탄광 수준으로 낮아져 우라늄 기반 원전보다 친환경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토륨은 자체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라늄과 비교해 발전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륨은 가속기를 통해 중성자를 계속 공급해야 핵분열을 하는 까닭에 전력 공급이 끊어지면 자동적으로 중성자 공급이 중단되면서 핵분열 반응이 멈춘다. 하지만 이런 특성들로 우라늄에 비해 훨씬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라늄 원전은 핵분열 때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생성되고 이들 물질이 붕괴할 때 다량의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토륨 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에는 핵무기를 만드는 플루토늄이 나오지 않는 만큼 핵확산 우려도 없고, 토륨 원자로의 건설비용도 우라늄 원자로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기존 원전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상업화할 수 있는 우라늄 기반 소형 모듈 원전뿐만 아니라 토륨 용융염 원자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토륨은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만큼 토륨의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분열성 우라늄-233으로 변환시키는 게 토륨 용융염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다.


대규모 냉각 시스템과 고압 격납시설이 필요한 우라늄 기반의 원자로와 달리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물 대신 리튬·베릴륨 등의 금속 양이온과 플루오르·염소 등의 음이온이 결합한 염(鹽)을 가열해 용융염으로 만들어 냉각재 및 원자력 연료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4세대 첨단 원자력발전 시스템으로 꼽힌다.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에 비유되는 이유다.


쉬훙제(70) 전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장. 그가 주도한 토륨 용융염 원자로가 지난 1일 실험에 성공하기 불과 보름여를 앞둔 9월14일 별세했다.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자연 상태에서 암석 안에 존재하는 토륨-232를 넣으면 원자로 내에서 중성자를 흡수해 궁극적으로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3으로 변환돼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원리로, 우라늄 원자로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만큼 냉각수를 확보하기 위해 주로 바닷가에 건설되는 기존 원자로와 달리 물이 필요하지 않아 바다가 아닌 내륙이나 심지어 대형 선박에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는 여러 기술적 난관을 넘어야 한다. 토륨을 우라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섬세한 제어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5년 테네시주 국가실험실에 용융염 실험로를 건설하고서도 기술적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 연구를 포기했다. 반면 중국은 2011년 ‘미래 첨단 핵분열 에너지 선도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100여개 연구소·대학·산업체를 참여시켜 핵심 소재와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중국의 토륨 용융염 원자로 성공으로 원자력발전의 환경 자체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전은 냉각재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많은 물이 필요하고 물이 고갈되면 원자로 노심이 과열돼 녹아내리는 위험이 상존한다. 리칭놘(李晴暖)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 부소장은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원자로를 멈추지 않고도 연료를 재장전할 수 있어 연료 활용도를 높일 뿐 아니라 방사성 핵폐기물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원자로를 지하에 건설하고 완벽한 차폐 시스템을 갖출 수 있고, 일반 대기압 상태에서 작동해 폭발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험 원자로 단계를 거친 중국은 현재 ▲연구 원자로 단계 ▲시범 원자로 단계 등 모두 3단계 전략을 통해 기술 완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성공한 원자로는 실험로 성격을 띠고 있는 까닭에 용량이 2㎿에 불과하지만, 오는 2035년까지 100㎿급 시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1단계는 고비사막 실험로에서 토륨→우라늄 전환 및 운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2단계는 간쑤성에 세계 최초의 소형 모듈형 토륨 기반 용융염 연구로를 건설해 공학적 열검증을 수행하고, 3단계는 2035년까지 100MW급 토륨 기반 용융염 시범로 완공 및 실증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이즈민(戴志敏)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장 은 “현재 TMSR의 핵심장비는 100% 국산화했고 재료와 장비 기술 등 전반의 국산화율은 90%에 달한다”며 “2035년까지 시범로 상용화를 달성해 중국이 안전하고 자립 가능한 토륨 에너지 발전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 자료: 세계원자력협회(WNA)

TMSR는 그동안 경제성이 우라늄 원자로에 비해 크게 높지 않고 용융염이 유발하는 부식 문제 해결 등 기술적 과제가 존재해 개발 속도가 더뎠다. 그렇지만 중국은 토륨을 활용하고 내륙 지역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방안으로 TMSR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다이 소장은 “중국의 토륨 매장량은 우라늄보다 많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국가 에너지 안보를 1000년 이상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TMSR의 산업·군사적 전용을 염두에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조선 1위 업체인 중국선박그룹(CSSC) 산하 선박 설계·건조 업체 장난(江南)조선소는 2023년 세계 최초로 토륨 기반 원자력 상산 설계를 발표한데 이어 지난달 토륨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의 구체적 설계를 공개한 것이다.


5일 SCMP에 따르면 후커(胡可) 장난조선소의 수석 엔지니어는 지난달 1만 4000개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토륨 추진 원자력 컨테이너선의 세부 사양을 공개했다. 이 상선의 가장 큰 특징은 200㎿급 토륨 기반 융용염 원자로로 구동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공개된 선박이 ‘상업용 컨테이너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핵잠수함 추진체계의 실증단계로 볼 여지도 있다. 이 상선 원자로의 출력 규모(200㎿)는 미국 해군의 최신 공격형 핵잠수함인 시울프(Seawolf)에 탑재된 S6W 원자로와 동일한 수준이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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