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60원대 급등…금융당국 외화유동성 점검은 [고환율 비상사태]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11.11 07:11  수정 2025.11.11 21:16

7개월 만에 1460원대 돌파…과거엔 ‘비상회의’, 지금은 ‘관망 모드’

한미관세·달러강세 겹치며 수급 압박 심화

외화유동성 점검 공백 장기화땐 연말 조달·실물자금 흐름 ‘경고등’

1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오전 9시 1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종가보다 1.3원 내린 1455.6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전거래일인 지난 7일 새벽 2시 기준 환율 종가는 1461.5원을 기록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60원대를 돌파하며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4월 9일(1472.0원) 이후 최고치다.


이번에는 한미관세 협상으로 연 200억달러 대미 투자에 따른 수급 부담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원화 약세 압력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들의 외화 조달 리스크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시장에 개입하기보단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5.5원 내린 1451.4원으로 마감했다.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 7일 새벽 2시 기준 환율 종가는 1461.5원을 기록하며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증시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이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당시의 1480원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달러 유출 요인이 다층적으로 쌓이면서 환율 하락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 관련기사 보기
"외화 빠져나간다"…고환율에 4대 은행 외화 유동성 '뚝'
원·달러 환율 0.1원 오른 1457.0원 출발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와 기업의 해외투자 자금 수요에 더해, 한미관세 협상으로 연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까지 예정돼 있어 원화 수급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환율 흐름에도 금융당국의 대응이 과거보다 느슨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환율이 급등했을 당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당국 점검회의’를 열고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외화유동성 상황을 점검했다.


올해 4월에도 미·중 무역갈등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겹치자, 김병환 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전 금감원장, 최상목 부총리, 이창용 한은 총재 등이 참석한 이른바 ‘F4 회의’가 즉각 가동됐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1460원대로 오르는 동안에는 금융당국 주도의 점검 회의나 별도의 외화유동성 점검회의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개별 금융회사 단위로 외화유동성 비율(LCR)을 관리하고 있지만, 당국 주도의 종합 점검이나 업계 간담회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별로 외화유동성 비율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달러 부족으로 ‘오버 슈팅’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면 금융업권에서 제재나 완화 등 조치를 취할 텐데 아직 국내 자본 수급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라 환율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외화유동성 관리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연말 외화조달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고환율로 인한 위험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연말까지 상황이 지속되면 중기업체 같은 경우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가격이 올라 은행에서 대출 지원이 나가야하는 데 리스크가 올라 시장 평가가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