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입술을 왜 까맣게…" 지역 홍보영상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5.11.10 19:32  수정 2025.11.10 19:32

'2025 구미 라면축제' 홍보영상이 뒤늦게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10일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지난달 30일 구미시가 공식 채널에 게재한 '2025 구미 라면축제 초청가수 특별무대 - 라면과 구오룡'이라는 제목의 영상 일부 장면이 확산했다.


ⓒ공식 채널

영상에는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 속 캐릭터 마이콜 처럼 얼굴과 입술을 검게 칠하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성이 등장한다. 검정 파마머리 가발까지 쓴 남성은 노래 '라면과 구공탄'을 개사해 불렀다.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 본 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지만, 해외에서는 '블랙페이스'라는 지적이 나왔다. '블랙페이스'란 흑인이 아닌 배우가 얼굴을 검게 칠하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흑인 사회에서는 이를 심각한 인종차별로 받아들인다.


해외 누리꾼들은 "한국에서 요즘 시대에 블랙 페이스라니", "한 도시의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맞나"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국 누리꾼들도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부는 "전 세계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는 블랙 페이스를 지자체 공식 영상으로 올리는 것은 문제다", "마이콜 캐릭터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마이콜 분장은 블랙 페이스가 아니라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은 만화의 캐릭터를 구현한 것", "인종차별을 의도한 게 아닐텐데" 등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캐릭터 마이콜의 설정은 고길동의 옆집에 사는 가수 지망생으로, 까만 피부와 곱슬머리, 두툼한 입술로 인해 외국인이나 혼혈로 오해받곤 하지만 성이 마(馬)씨이며, 이름이 이골인 한국인이다.


한편 지난 7일~9일 구미시 일대에서 열린 구미 라면축제는 사흘간 35만명이 방문하며 화제를 모았다. 축제를 대표하는 '갓 튀긴 라면'은 48만개가 판매됐고, 셰프들이 선보인 라면 메뉴는 5만4000여 그릇이 판매돼 총 1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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