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 승제(류제승 분)는 단편영화 '소셜 데이팅' 주인공이 돼 기분이 좋다. 촬영에 들어가기 이틀 전, 감독 광수(송민석 분)와 상대역 미영(최미령 분), 촬영 감독, 스태프들과 리허설을 시작한다. 영화의 내용은 어플에서 만난 남자와 청각장애를 가진 여자의 하룻밤이다. 수월한 리허설이 될 줄 알았지만 미영이 청각장애를 가진 자신의 캐릭터와 영화의 주제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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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광수는 미영의 불만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보다 못한 승제가 중재에 나서며 미영을 설득한다. 현실성이 없다고 따지고 드는 미영에게 사실은 시나리오의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담이라고 고백한다.
승제의 말에 반격하지 못한 미영은 다시 리허설을 이어나가 보지만, 결국 배드신 앞에서 촬영장을 이탈한다.
분위기가 침체되자 승제는 광수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격려한다. 자신이 첫 주인공을 맡은 영화 촬영 진행을 어떻게든 성공 시키고 싶은 승제다. 광수에게 과거의 작품들을 잘 봤다며 응원의 말을 건네고, 광수는 과거 자신이 썼던 이야기 중 중년 여성과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바꾸기로 결정한다. 승제는 당황스럽지만 자신이 주인공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상관 없다. 촬영이 지장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나서서 자신의 주변 배우들로 섭외를 시작하고, 어렵사리 성공까지 시킨다.
하지만 미영이 다시 돌아와 잘 나가는 영화 감독 삼촌에게 조언을 받은 시나리오를 건넨다. 수정된 시나리오에는 '소셜 데이팅'이 여자 시점으로 바뀌어 있다. 심지어 승제의 역할이 사라졌다. 광수는 잘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미영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다.
이 사실을 안 승제는 광수와의 작업을 위해 오랜 시간 대본 작업을 같이 하며 경험담을 공유했고, 무릎 꿇어가며 다른 배우를 섭외하기도 하며, 심지어 상업영화에서 유명 배우의 권투 코치 역을 고사까지 했다며 화를 낸다.
이후 영화는 강 위의 다리를 쓸쓸하게 걸어가는 승제의 모습과, 광수가 컷 사인을 외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이 장면이 어떤 영화의 일부인지는 알 수 없다. 승제가 끝내 초안대로 찍었는지, 수정된 대본 속에서 다른 인물이 되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새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승제가 아직도 촬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영화는 단편이라는 형식을 빌려 예술 노동의 불안정한 구조, 그리고 꿈을 이루고 싶은 인간의 간절함이 무명 배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표현됐다. 승제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가 붙잡는 모든 것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배우로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그가 서 있는 자리는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쉽게 지워진다. 미영의 시나리오 수정, 광수의 변덕, 그리고 영화의 끝에서 들리는 컷 사인이 그 사실을 상기시킨다.
박광호 감독은 "나를 좀 더 솔직히 돌아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전전날'은 이를 바탕으로 배우와 더불어 감독으로서 직업의 불안함, 그리고 예술가로서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솔직하게 그렸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그리스인 조르바' 포스터는 의미심장한 장치다. 자유롭고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조르바의 이미지는, 예술가로서의 자유로운 욕망을 상징한며 무명 영화인의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살아가며 겪는 불안과 자존의 문제를 담은 영화로 읽힌다. 러닝타임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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