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눈앞인데…정부는 ‘강건너 불구경’ [고환율 비상사태]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11.12 07:12  수정 2025.11.12 07:12

7개월 만에 1460원 돌파

환율에 출렁이는 코스피, 힘겨운 4100선 사수

외인 이탈·대미 투자 여파 겹쳐 ‘고환율 뉴노멀’ 고착 우려

지난 11일 신한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신한은행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60원을 돌파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셀 코리아(한국 주식 매도)’에 나서며 코스피 4100선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원화 약세를 구조적으로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 원·달러 환율은 11.9원(0.82%) 오른 1463.3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미·중 갈등이 격화됐던 지난 4월9일(1484.1원) 이후 처음이다.


전날 1456.4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467.5원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4월 장중 기록한 1487.6원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저가는 장초반 기록한 1455.1원으로 장중 변동폭 역시 12.4원에 달했다. 이는 7월30일(12.8원) 이후 4개월만에 가장 큰 변동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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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는 4106.39로 장 마감했다. 이는 전장 대비 33.15p(0.81%) 상승한 수치다. 지수는 전장 대비 51.06p(1.25%) 오른 4124.30에서 시작했지만, 상승 폭이 조정되며 4100선을 돌파했다.


이처럼 최근 코스피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전반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동안 상승장을 이끌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셀 코리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화 급락의 주요 배경으로 AI(인공지능) 거품론 재부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7조33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개인(5조9992억원)과 기관(1조6135억원)의 순매수로 겨우 방어된 규모다.


지난 10월 한 달간 외국인 순매도액(5조3000억원)을 웃돌고, 9월 전체 순매도 규모(7조4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여기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대규모 대미 투자 부담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중립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달러 수요 확대에 따른 외화 유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50원을 훌쩍 넘겼다. 이대로라면 이달 중 1470~1480원대 안착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며 “고환율이 지속(고환율 뉴노멀)되면 외인 자금 유출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체감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과 세제지원 등 실질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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