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 북극 녹화 현상 원인 규명…땅속 ‘먹이그물’ 존재 입증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1.12 10:35  수정 2025.11.12 10:35

선충류·버섯형 곰팡이 상관관계 밝혀

북그린란드 전경.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지구 최북단 북위 82도에서 급격히 진행 중인 녹화 현상을 확인하고 복잡하게 얽힌 토양 생태계의 존재를 새롭게 밝혔다.


녹화(Greening)는 기후변화로 극지방 기온이 상승하면서 식생이 확장, 밀집돼 점차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 전역에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위도 80도 이상의 초고위도 지역은 접근이 어려워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극지연구소 김민철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22년 그린란드 북부 시리우스 파셋에서 녹화 현상의 양상과 발달 원인을 조사했다.


시리우스 파셋은 북극점에서 800㎞가량 떨어진 곳이다. 고위도 북극권임에도 식생이 예외적으로 빠르고 조밀하게 발달하는 지역이다.


연구팀은 나도수영, 북극버들 등 7종의 우점 식물과 이들의 뿌리 주변에 공생하는 다양한 미생물 군집을 확인했다.


이 미생물을 먹이로 삼는 선충류와 버섯형 곰팡이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도 밝히면서, 땅속에 복잡하고 기능적으로 연결된 먹이그물(soil food web) 존재를 입증했다.


먹이그물 구조는 상대적으로 온난한 저위도 북극이나 중위도 고산지대에서 관찰되는 생태적 특징이다. 위도 80도 이상의 초고위도 북극에서 복잡한 토양 생태계가 실질적으로 발달했음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철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지구에서 가장 척박한 지역에서 토양 생명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여름철 비교적 따뜻한 토양 온도, 눈과 얼음이 녹아 공급되는 수분 등이 맞물리면서 토양 생태계가 발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미생물 분야 저명 학술지인 “Environmental Microbiome”에 2025년 9월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기후변화로 북극은 더 이상 하얀색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 됐다”며 “과학자 시각으로 이 변화의 핵심을 정확히 읽고 미래 북극 생태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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