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관세에 탄소 규제까지…철강업계 내년 ‘최대 고비’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1.18 13:34  수정 2025.11.18 13:34

대미 50% 관세 유지…품목별 추가 확대 검토에 불확실성↑

9월 이후 수출량 두 자릿수 감소...EU도 관세 대응 논의

NDC 53~61% 상향에 업계 “2035년 목표 현실성 부족”

미국이 철강제품 품목별 관세 확대를 검토하고 유럽 역시 저율관세할당(TRQ) 전환에 나서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철강업계가 고율 관세와 수요 둔화로 힘든 한 해를 보낸 가운데 내년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대미 관세율 인하가 무산된 상황에서 유럽 역시 철강 저율관세할당(TRQ) 전환에 나서며 수출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이 겹쳐 국내 철강사들은 탄소 규제까지 동시에 견뎌야 하는 국면으로 들어섰다.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품목별 관세 확대를 검토하고 유럽에서도 철강 고율 관세 움직임이 이어지며 업계의 부담이 내년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에는 자동차 관세 인하 등 양국의 주요 합의가 담겼지만 철강은 아예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이 철강을 ‘안보 핵심 품목’으로 지정하며 팩트시트 작성 과정부터 논의가 배제된 탓이다. 이로써 한국산 철강에는 올해 6월부터 적용된 50%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


문제는 추가 악재가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철강이 포함된 제품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를 기존 407개에서 최대 700여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내년에는 1000개가 넘는 제품군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율 관세가 부과된 이후 수출 감소세도 뚜렷해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철강 수출량은 218만9490톤(t)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 줄었다. 올해 들어 처음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하던 2021년 9월(전년 동월 대비 -19.1%)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관세 부담은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이 포스코와 현대제철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가 올해 미국에 납부해야 할 관세는 총 2억8100만 달러(약 4000억원)로 추산된다. 관세율 25%가 적용된 3~8월 누적 납부액은 1억4700만 달러였으나 고율 관세가 적용된 9월 이후 연말까지 추가 납부액은 1억34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국내 철강의 최대 수출처인 유럽 시장도 변수로 떠올랐다. EU는 기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수입쿼터를 도입해 물량을 축소하고 쿼터 밖 수입에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수입쿼터를 기존 3050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철강 수출 물량은 2835만톤으로, 이중 13.4%(381만톤)이 EU로 향했으나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국내 환경도 녹록지 않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53~61% 감축을 요구한다. 철강업계는 현실성 부족을 지적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가 제시해온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이 2037년 이후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탄소감축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결국 업계의 시선은 국회로 쏠린다.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K-스틸법’은 철강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탄소중립 전환과 공급망 재편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1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정부는 고율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5700억원 규모의 특별지원 패키지를 마련했지만 업계는 단기 유동성 보완에 머문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탄소 규제·경쟁 심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환경에선 체계적인 수출 지원과 공급망 관리 기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탁은명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 연구원은 “한국은 단순 가격 경쟁보다는 고품질·맞춤형 제품에 집중하고 중소·중견기업의 국내 유턴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세·비관세 장벽 분석과 국제 규격 대응, 공급망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수출 대응 지원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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