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518개사…총수일가 이사 704명
상장사 사외이사 비율 51.3%…비상장사 4.4%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올해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상장사의 비율이 전년 대비 6.3%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이같은 내용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올해 분석대상은 공시집단 92개 중 신규지정 5개 및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86개 집단 소속 2994개 소속회사다.
총수일가 등재 회사 18.2%…77개 집단 미등기임원 재직
총수 있는 77개 집단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518개사)의 비율은 18.2%, 총수일가가 이사인 경우(704명)는 전체 등기이사 수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집단 내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21년 5.6%에서 올해 7.0%로 증가했다. 부영·영원·농심 등의 집단에서 총수일가가 등기이사로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는 상법 등에 의해 책임과 의무가 부여되므로 등기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한다면 권한과 책임이 일치해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총수일가는 주력회사 및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이사로 집중 등재돼 있었다.
아울러 ‘겸직 현황’을 살펴보면 77개 집단에서 총수일가 1인당 평균 2.2개의 이사 직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총수 2·3세는 평균 2.6개 이사 직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등기이사로 등재된 경우의 대부분은 대표이사(30.4%) 또는 사내이사(57.1%)로서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총수일가 1인당 이사 겸직 수가 많은 집단은 부영 7.8개, SM 5.6개, 한화·삼표 각각 5개이다.
한편, 등기부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임원의 현황을 살펴보면 77개 집단에서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198개사)의 비율은 전년 대비 다소 증가(5.9%→7.0%)했는데 특히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상장사의 비율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6.3%p)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는 1인당 평균 1.6개 미등기임원 직위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가 많은 집단은 중흥건설 7.3개, 한화·태광 각 4개, 유진 3.8개, 한진·효성·KG 각 3.5개 순이다.
또 총수일가는 특히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서 미등기임원을 많이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259개)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가 141개로 절반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비율이 상당하고 특히 상장회사에서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점을 살펴볼 때 미등기임원은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등기임원과 달리 상법 등에 따른 법적 책임과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의 괴리가 문제될 수 있다”며 “최근 개정된 상법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이 강화됐는데 미등기임원인 총수일가가 늘어난다면 개정법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총수일가 미등기임원의 과반수(54.4%)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이라는 점에서 총수일가가 감시의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권한을 남용하는지 면밀히 감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 51.3%…법정기준보다 높아
올해에도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과반 수준인 51.3%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법정기준 44.2%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법상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는 비상장사 중에서도 4.4%에 해당하는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및 미등기임원 재직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총수일가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핵심 견제 장치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사외이사를 선임한 비상장사가 소폭 증가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상법상 규정된 상장사 사외이사 선임 의무 기준을 초과해 많이 선임하고 있는 사례는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 대원강업), SK(SK케미칼, SK디스커버리, SK D&D), 한진(아시아나아이디티), KT(케이티, 케이티스카이라이프), 카카오(카카오게임즈, 에스엠엔터테인먼트), 한솔(한솔제지) 등이다.
더불어 법정 의무가 아님에도 비상장사에 사외이사를 선임한 비율이 높은 사례는 한솔(솔머티리얼즈, 코스코페이퍼, 한솔페이퍼텍), 셀트리온(셀트리온스킨큐어), 영원(블루스트리트, 코스팜, 후드원), 하이브(하이브아이엠, 어도어), 태광(티알앤), DN(디엔솔루션즈) 등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분석을 통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가 적을수록 이사회 원안 가결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사외이사는 총수일가 중심 경영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에도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99% 이상이 원안 가결되고 있고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 비율이 최근 5년 중 최저치(0.38%)를 기록했다는 점을 비춰 볼 때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감시·견제 기능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수 있는 집단(77개)이 총수 없는 집단(9개)에 비해 사외이사 비율(△4%p), 법상 의무 기준을 초과해 선임한 평균 사외이사 수(△0.23명), 이사회 안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 비율(△1.44%p) 등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총수 있는 집단이 상대적으로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상법 등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돼 있으며 보상·내부거래·ESG위원회 등은 자율적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
특히 ESG위원회의 경우 도입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거의 30%p만큼 급격히 증가(57.3%)한 바 있는데 이는 최근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에 따라 기업들이 적극 반응한 결과로 보여진다.
총수 있는 집단은 없는 집단에 비해 내부거래위원회(32.6%p), 추천위원회(15.6%p), ESG위원회(7.7%p)의 설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보상위원회(△9.5%p), 감사위원회(△9.3%p)의 설치 비율이 낮았다.
공정위는 “이사회·이사회 내 위원회의 감시·견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시장감시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 개정된 상법의 독립이사 제도, 상장사의 사외이사 의무 선임 비율 확대,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규정 등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등 88.4% 도입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하기 위한 제도인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은 적극적으로 도입(88.4%)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주제안권, 주주명부 열람청구권, 이사회 회의록 열람청구권 등 소수주주가 주주총회 등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도입된 소수주주권 행사 건수가 올해 역대 최대치(93건)를 기록했다.
다만, 총수일가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완화하고 소수주주의 경영감시 기능을 위한 핵심 제도인 집중투표제의 경우 대부분의 상장사(96.4%)가 정관으로 배제하고 있어 실제 실시한 사례가 3년째 1건에 그치고 있다.
또 전자투표제의 경우 도입(88.1%) 및 실시(87.3%) 비율은 증가 추세이나 소수주주가 전자투표제를 통해 의결권을 실제 행사한 비율은 1%대에 머물고 있어 소수주주권 제도의 실제 운영 수준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올해 개정된 상법의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규정 등은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 해결 및 소수주주의 이익보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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