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24일 행정심판 "대형로펌 참여로 '기울어진 운동장'"
용인시 행정심판서 패소할 경우, 하루 3900만여원 배상해야
시행사 2010년 '노인복지시설' 허가 뒤 '노인복지주택'으로 재허가
용인 고기초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20일 스쿨존 공사차량 통행허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진상
용인시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개발사업을 두고 초등학교 앞 스쿨존 도로에 대형 공사차량 진입에 대해 주민들이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 로펌의 참여로 아이들의 안전을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이 관철될 지는 미지수다.
고기초등학교 학부모회와 지역주민들은 20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행로도 없는 편도 1차선 등하굣길에 16만대 공사차량이 4년간 통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의 생명·안전권은 행정심판과 개발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주민들과 용인시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기동 노인복지주택은 고기동 산 20-12번지 일원 18만4176제곱미터(약 5만5000평) 부지에 지하 8층, 지상 15층 규모 16개 동, 892세대 규모의 '노유자 시설'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애초부터 공동주택으로 추진되던 것은 아니었다. 사업 시행사인 ㈜시원은 2010년 보전산지에는 사회복지시설만 허가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근거로, 7층 규모의 노인전문병원과 노인요양시설로 허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2013년 도시계획심의, 2015년 실시계획인가를 거치면서 현재 중소형 규모의 공동주택 개발이나 다름 없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 계획에서 상당히 변질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라고 주민들은 밝혔다.
논란의 핵심은 시행사가 4년간 16만 대에 달하는 공사차량을 고기초등학교 앞 스쿨존 도로로 이동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 조주현 씨는 "스쿨존 대신 임시도로 등 대체 노선이 최소 8개 이상 가능함에도 편의와 비용 문제로 가장 위험한 어린이 보행로가 선택된 실정"이라며 "행정행위의 직접 당사자인 시민들이 배제된 채 행정심판이 진행되고 학부모·주민 보조참가 신청조차 기각됐다. 행정심판이 원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대규모 개발업자가 로펌을 앞세워 인허가 조건을 무력화하는 수단이 돼버렸다. 소송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했다.
유희정 학부모 대표는 "8년 동안 계속 피해를 입고 있다. 학교 측에서도 학부모들의 활동에 의심과 제재가 있다. 이 모두가 노인복지시설을 가장한 아파트 분양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고기초 주변 어떤 도로도 아이들 안전에 적합하지 않으니, 공사차량 통행을 결사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강웅철 경기도의원(국힘 용인8)은 "사업자는 실시계획인가 당시 고기초를 우회하는 도로 설치를 스스로 약속하고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 와서 약속을 파기하고 가장 위험한 길인 고기초 앞길 운행을 고집하며, 용인시가 이를 반려하자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라는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 기간동안 대형 공사차량이 보행로조차 없는 폭 6m 도로를 운행한다. 명백히 고기초 학생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개발행위가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할 수 없다. 고기초 아이들과 학부모, 주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행정심판위원회는 사업자의 주장만을 반영하지 말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현재까지 용인시는 학생 안전과 교통 혼잡, 도로 환경 문제 등 시민 우려를 반영해 공사차량의 스쿨존 운행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행사는 대형로펌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 4명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용인시를 상대로 '실시계획변경 인가조건 실효확인청구 등 간접강제신청'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오는 24일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용인시가 패할 경우 그 다음날부터 시행사에 하루 3900만원의 배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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