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대중교통 운영사 루터의 위통 버스가 지난 8월 14일 노르웨이 산드비카에서 차량 통신시스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에서 가장 많이 운행되는 중국산 전기버스와 태양광 패널 인버터 등이 원격으로 통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유럽 각국이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오슬로의 대중교통 운영사 루터는 지난 여름 실험을 통해 중국 업체 위퉁의 전기 버스에 ‘백도어’(비밀 접근통로)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부 디지털 신호가 차단되는 산악 터널 내 시설에서 중국산 전기 버스와 네덜란드산 전기 버스를 운행했지만, 위퉁의 버스에서만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조사는 심 카드를 통해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설치 및 업데이트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 해커가 배터리 및 전원공급 제어 시스템에 접근해 버스가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전기버스 등록 대수 기준으로는 유럽 1위에 올랐던 위퉁이 대중교통 시스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유럽은 충격에 휩싸였다. 전기버스 전문 매체인 서스테이너블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위퉁은 유럽 전기버스 시장에서 전년보다 99.8% 증가한 등록 대수(483대→1092대)를 기록했다.
유럽 각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르웨이는 차량 전송 신호 지연과 방화벽 개발 등으로 취약점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덴마크와 영국도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알리시아 컨스 영국 하원의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중국이 원격으로 버스를 정지시켜 교통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기버스뿐 아니라 다른 태양광 인프라 장비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 30여명은 지난달 중국산 태양광 패널 인버터가 전력 시스템 교란에 악용될 수 있다며 EU에 경고 서한을 보냈다. 유럽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12개 인버터 공급 업체가 유럽 내 태양광 패널에 원격 접근 권한을 갖고 있으며, 시스템이 해킹될 경우 전력망의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중국을 포함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되는 국가의 제조업체들이 대규모 태양광 설비에 원격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 태양광 패널 인버터 시장 1위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품이다. 화웨이는 2023년 EU의 통신 인프라 시장에서 ‘고위험 공급업체’로 규정됐지만, 전력과 재생에너지 등 다른 분야에서는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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