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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세력이 여전히 준동하는 느낌이다. 뉴진스 팬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실에 팩스 민원들을 보내 문체부가 내부 검토 후 관련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으로 조사가 이루어질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한다. 국민신문고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유사한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소속 가수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소속사(어도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뉴진스 멤버들을 괴롭히고 있다’, ‘어도어가 언론사와 유착해 악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한 쪽(해린·혜인)을 지지해 멤버들끼리 불화가 생기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런 내용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문제는 소속사를 괴롭힌 게 뉴진스인데 소속사가 괴롭힌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집는다는 점이다. 뉴진스 잘못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온 것에 대해 어도어의 여론 조작이라는 식으로 음모론도 제기한다. 2인과 3인이 갈린 건 3인의 태도 때문인데 이 또한 어도어 탓이라는 식이다.
뉴진스 소송 판결문에는 민희진 전 대표가 여론전, 관련 기관 신고 등을 준비했다고 적시됐다. 최근 또 다른 여론전이 전개되는 것인가? 뉴진스 3인은 2인 복귀 발표 후 급작스럽게 어도어에 복귀 메시지를 보낸 후 답을 충분히 기다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복귀 선언을 했다. 선언은 했지만 1명은 아예 한국에 없는 상태고, 다른 2명도 정말 잘못을 반성하고 정상적인 어도어 아티스트로 활동할 의지가 있는 건지 불분명하다. 이러니 어도어 입장에선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3인이 자신들은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어도어가 불응한다는 식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명분을 축적하는 것일까? 3인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공이 어도어로 넘어간 모양새다. 그러자 바로 일부 매체에서 어도어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나왔다. 왜 빨리 결정을 내리지 않고 사태를 지지부진 끌고 가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5인을 빨리 받아들이라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압박한다.
한국의 다수 언론은 민희진/뉴진스 사태 직후 어도어/하이브가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하이브 측을 비판한 잘못을 저질렀다. 이제 뉴진스 재판으로 하이브 측이 피해자라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일부 언론이 피해자 탓을 하는 것이다. 사태가 빨리 정리되기 위해선 하이브의 용서 이전에 뉴진스 멤버들의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도외시한다.
그리고 사태가 이 지경이 되는 데 한몫을 담당한 뉴진스 일부 팬덤이 나서서 댓글, 팩스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뉴진스 세력의 준동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움직임들의 배후에 혹시 누군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뉴진스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의 주장은 희한하다. 많이 받는 항의 중의 하나가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왜 그렇게 매몰차냐’는 것인데, 시비를 가리는 데 있어서 ‘나이 어린 여성’이 왜 등장하는지 의아하거니와 정작 따지고 보면 나이 어린 여성에게 매몰찬 건 뉴진스 세력이다. 르세라핌, 아일릿에게 가해해놓고 사죄도 안 하고 있지 않은가? 뉴진스 세력이 공격한 아일릿 매니저도 사회초년생 여성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부분은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만 어쨌든 뉴진스 소송 판결문만 봐도 르세라핌, 아일릿 등 ‘나이 어린 여성’에게 잘못한 건 뉴진스 세력이다. 지금 하이브 측에 뉴진스를 무조건 빨리 받으라고 압박하는 것도 르세라핌, 아일릿에 대한 가해 행위다.
또, 민희진 배임 혐의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것도 의아하다. 법원 판결문을 놔두고 왜 경찰 결정문을 내세운단 말인가?
가처분 항고심 당시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자신이 어도어를 독립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며 ‘어도어와 멤버 통합 구조의 기초를 파괴하는 입장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어도어와 뉴진스의 통합을 파괴한 것은 뉴진스 팬들의 주장처럼 어도어가 아니라 민희진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희진이 신청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심판에서도 법원은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라고 했다.
최근 뉴진스 본안 소송에선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 의하면 민 전 대표는 뉴진스가 포함된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하려는 의도로 사전에 여론전, 소송 등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뉴진스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목표는 민희진의 이익이었다고 해석되는 것 아닌가?
뉴진스 본안 소송은 전속계약 유효확인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자세하게 판시할 필요가 없음에도 저렇게 한 것은 재판부가 뉴진스 세력의 잘못이 그만큼 중대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또 이 사건이 케이팝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데 있어서 중요한 시금석 역할을 하게 될 거란 점도 인지했을 것이다.
뉴진스 지지 누리꾼들은 하이브 측이 판결을 무시한다고도 주장한다. 뉴진스 계약을 법원이 확인해줬는데도 하이브 측이 멤버들을 바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또한 희한한 이야기다. 법원 판결은 뉴진스의 일방적인 계약파기가 잘못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멤버들은 가해자고 어도어/하이브는 피해자인 것이고, 계약을 어떻게 할지는 피해자 마음이다.
지금은 피해자에게 재촉하고 압력을 가해 2차 피해를 초래할 때가 아니다. 하이브 측은 뉴진스 멤버들을 다 받아도 피해, 안 받거나 일부만 받아도 피해인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 고심하는 게 당연하다. 이럴 때 뉴진스 세력이 관을 움직여 하이브에 대한 조사를 종용하는 것은 또 다른 가해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여론전으로 논란만 키울 것이 아니라 하이브 측이 잘못했다는 것을 재판에서 증명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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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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